준비물 : 가식적인 아침 차림, 간단한 꾸밈노동
아래 글에 이어서 나만의 슬기로운 재택근무 팁을 몇 개 더 풀어보겠다. 쓰다 보니 너무 쓸데없고 개인적인 부분들 같기도 하지만 한국의 어느 재택근무자가 이렇게 바둥거리면서 적응하며 살고 있구나 하면서 읽어주기를 바란다.
3. 업무 시작 전에 개인 시간 갖기
여러 번 언급했지만 재택의 가장 큰 장점은 결국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전 시간에 여유가 많이 생긴다. 잠을 더 보충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짧게나마 내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을 선택했다.
개인 시간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은 하지 않는다.
멍 때리면서 증권 뉴스 보기
식탁에 앉아서 엄마랑 수다 떨기
아침을 차려 먹기 (호텔 조식 스타일로)
노래 틀어놓고 독서하기
인터넷 쇼핑하기
차 내려 마시기
개인적으로 호텔 조식 스타일로 예쁘게 아침을 차려 먹는 것은 꼭 한 번 추천한다. (토스트 + 베이컨 + 치즈 + 계란) 솔직히 은근 손이 많이 가서 귀찮지만 일단 맛있고 뿌듯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반 정도. 핵심은 일과 관련되어 있지 않은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을 해야 하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상큼함 기분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더욱더 격렬하게 일을 하기 싫어질 수도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4. 출근 준비하기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없어서 이득이라면서 웬 출근 준비?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의식적인 절차를 둔다는 의미이다.
준비 같은 것을 안 해도 되니 편해서 좋은 사람이 있는 한편 나 같이 최소한의 꾸밈 노동이 오히려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의식이 되기도 한다.
나는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춰 입고 나가는 것이 인생의 작은 낙이었던 사람이었어서 이 '출근 준비' 과정이 없으면 묘하게 텐션이 좀 우울해진다. 그래서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계획이 없음에도 머리를 정돈하고 눈썹도 살짝 그리고 좋아하는 립 컬러도 바른다.
또한 우리 회사는 줌으로 하는 회의를 정말 많이 하고 난 회의에 참석할 때는 항상 화면을 켜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의 사람 꼴(?)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근 준비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아무도 내 꼴에 관심은 없겠지만 회의를 진행할 때 내 화면에 보이는 내 모습이 너무 추레하면 뭔가 자신감이 없어진다.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라고 생각해 주면 될 것 같다.
화장이 아니더라도 업무용 티셔츠로 갈아입는다거나 머리를 정돈하는 것과 같이 출근 모드로 나의 모양새를 정돈하는 시간이 있다면 휴식과 업무 모드에 경계가 생기면서 좀 더 슬기롭게 재택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