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팀장님 저 다음 달에는 베트남에서 일할게요!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들 중 리모트 워크(remote work)가 가능한 곳들이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중 하나이다. 리모트 워크는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집이나 회사가 아닌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일(work)과 휴식(vacation)을 병행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ation)은 리모트 워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출근 전에 시드니 브런치 카페에서 아침 먹기
제주도 오션뷰 숙소에서 자연 보면서 일하기
퇴근하고 발리 비치클럽 가서 신나게 놀기
위의 예시들은 실제 나와 내 동료들이 리모트 워크 시행 이후 경험하고 있는 업무 환경이다. 리모트 워크 시행 전에는 감히 직장인 신분으로서는 상상조차 해볼 수 없었던 디지털노마드의 삶이다.
해외와 국내를 통틀어 짧고 긴 워케이션을 꽤 여러 번 경험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디가 됐든 어떤 지역에서 10일 이상 정도 체류하면 조급하지 않은 호흡으로 해당 지역을 즐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워케이션을 가면 업무 환경이 바뀐다는 점 때문에 업무 퍼포먼스가 떨어질까 우려되어 떠나지 않는 동료들도 많다. 성향 차이겠지만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서 나름의 노하우들을 쌓았고 저런 우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내가 업무도 잘 해내고 여행도 즐길 수 있는지, 어떤 숙소가 머물기 좋은 곳인지, 여행지에서 어떤 패턴을 유지해야 하는지. 나에게 잘 맞는 환경을 연구하고 어딜 가든 그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리모트워커의 필수 덕목(?)이다!
워케이션의 장점을 요약해 보자면,
1. 일상 탈출하기
매일 겪는 출근길, 매일 보는 내 업무 공간, 모니터, 그리고 퇴근길.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갑자기 다 지겨워지면서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매일매일 고정적인 루틴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봤을 순간일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아, 일상 탈출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인 것이다. 그럴 때 물리적인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일상 탈출 방법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며 여행도 하고 일도 하면서 일상을 살짝 비틀어주면 일상의 지루함은 확실히 해소된다.
2. 새로운 내 모습 발견하기
낯선 환경에서 지내다 보면 그 환경에 나를 적응시키기 위해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작년에 나는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꼬박꼬박 밥을 해 먹고 집안일을 하는 삶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집에서는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룸메의 패턴에 맞춰 강제로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는데 그 또한 상당히 잘 맞는 편이었다. 제주 워케이션을 다녀오고 나서 9시나 되어야 겨우 눈을 뜨는 사람이었던 내가 8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다.
3. 연차 아껴서 여행하기
방학 따위 없는 직장인이 출장 건 없이 해외에서 한 달씩이나 머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현실적으로 시차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곳에서 업무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워케이션 제도를 활용하면 충분히 훌륭한 여행지에서 오랜 기간 여행할 수 있다. 그것도 연차 하나 사용하지 않고!
종종 어떤 여행지를 갔을 때 '아 여기는 진짜 3박 4일로 오기엔 너무 아쉬운 곳이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갈증을 워케이션이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 여행 기간이 2주 이상만 되어도 가고 싶었던 식당, 카페, 가게, 명소들은 어느 정도 다 갈 수 있고 체류 기간이 3주가 넘어가면 온라인 정보로는 찾지 못한 숨은 스팟들도 눈에 들어온다. 찐하게 그 지역의 매력을 느끼며 제대로 된 여행이 가능한 것이다.
사실 체력도 돈도 한정되어 있기에 밥 먹듯이 워케이션을 가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다는 옵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쳇바퀴 도는 듯한 직장인 라이프를 견디는 데에 위안이 된다.
워케이션 한 번 딱 다녀오면 제출 직전이었던 사직서를 살포시 다시 가슴으로 품는다. (그렇게 고인 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