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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리 Dec 02. 2022

재택근무 이후에 일어난 공적인 변화 : 슬픔편

사실 나쁜 것들은 시간이 다 해결해줍니다. 재택 만만세.


기쁜 편에 이어 이번에는 슬픔 편이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단점들이라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글에 적혀있는 재택근무의 슬픔 모먼트는 대체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것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인 지금은 자연스레 해결된 문제들이 많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1. 점심시간에 하는 회의가 늘어남


이거는 명확한 이유를 모르겠는데 재택 이후에 점심시간에 회의가 세팅되는 경우가 증가했다. 뭔가 다들 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시스템적으로 점심시간에는 일정 초대를 보낼 수 없도록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점심시간을 침해받고 있는 사우분들이 많다. 사실 나도 점심시간 파괴자 짓을 한 적이 몇 번 있는다. 이 기회를 빌어 사죄의 말씀을..


우리 모두 점심시간은 지켜줍시다 (?)




2. 알아서 주체적으로 일해야 됨


내가 풀 재택 한다고 하니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솔직히 재택 하면 놀잖아요?"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여러분 일을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가 없답니다..? 재택 체제를 악용해서 꿀을 빠는 어뷰저들도 존재한다.


재택근무 체제에서는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감시자(?)가 없다 보니 타고난 성정이 매우 매우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집에서는 조금 흐트러지거나 해이해질 수 있다. 집이란 원래 한없이 게을러지는 공간인데 그런 공간에서 회사에서와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나의 본성을 거스르기 위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재택근무자들은 나의 어뷰징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인지하고 침대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는 않지만 마치 보고 있는 것처럼 책임감 있고 주체적으로 일해야 한다. 


나는 이 부분이 영구 재택근무체제 유지를 결정하는 것의 핵심적인 요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직접적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동일하게 업무 퀄리티를 유지하는 실무자의 책임감. 눈앞에서 일하고 있지 않아도 본인의 업무를 책임감 있게 해내고 있을 것이다라는 관리자의 실무자에 대한 신뢰. 이 두 가지 모두가 존재해야 재택근무 체제가 잘 굴러갈 수 있다.

 



3. 업무 효율이 감소함


집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업무의 효율이 감소할 수 있다. 여기서 업무 효율이 감소한다는 것은 일을 덜하게 된다는 의미보다는 같은 업무를 하는데에 들이는 시간이 증가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집중력의 문제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재택근무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던 시기에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서 일일 근무 시간이 확 늘어났었다.


이 문제는 높은 확률로 재택 초반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겪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집에서도 일은 해야되고 퇴근은 최대한 빨리 하고 싶고. 그러면 자연스레 원래 효율을 회복하게 된다.




4. 소소한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감소함


같은 사무실 공간에 있다면 의자만 살짝 돌려서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소소한 업무 관련 대화들이 감소했다. 요건 사실 크게 체감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팀원들과 함께 출근할 일이 있어서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는데 그때 느꼈다. 단 두세 마디, 10초 안팎이면 끝날 수 있는 업무 대화들이 꽤 많았구나라는 것을.


메신저도 빨리 보려고 노력하고 화상 회의도 적극 활용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자리로 직접 가서 물어보는 것보다는 느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 같이 줌이나 게더타운과 같은 서비스를 활용해 화면과 마이크를 다 같이 켠 상태로 집중 근무 시간을 가져보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억지스러운 방법인 것 같다. (해본 사람이 있다면 그 후기가 궁금하다.) 그냥 결국 서로서로 더 빠르게 소소한 것들도 열심히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5. (신규 입사자) 회사 적응이 어려움


나의 경우 입사한 지 1년이 넘었던 시점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회사와 업무'에 대해 적응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풀타임 재택 체제가 도입된 이후 입사한 사람들 중 대부분이 회사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나 휴게 시간에 오가는 가벼운 대화들을 통해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재택근무 체제에서는 같은 팀원들과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렵다.


점심이라도 한 번 같이 먹으려고 하면 언제 사무실로 출근을 할 것인지 따로 일정을 논의해야 하고 아무래도 다들 엉덩이가 무거워져서 사무실로 출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얘기이다..)


이건 기존 멤버들이 신규 멤버를 더 배려하고 적응을 돕기 위해 여러모로 많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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