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의학박사가 아니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며칠전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최종적으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두 가지 자격의 성질을 구분하자면 전문의 자격은 조금 더 실용적이고 daily practice를 다루는 자격이고, 박사학위는 새로운 학문분야의 연구에 대한 자격이다.
박사학위를 어느 학교에서 어느 교수 밑에서 하느냐에 따라 그 난이도가 다르겠지만 필자가 졸업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은 졸업할 당시 Impact factor Q2 정도 이상의 SCI 논문 1개 이상의 출판 실적으로 졸업논문 디펜스의 자격 요건으로 정하였었다. 따라서 박사학위 심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반면 전문의 자격은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의사 과정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게 되고, 이를 따라가면 큰 무리없이 취득하게 된다. 굳이 둘 중에 어려운 자격을 따지자면 필자의 경우엔 박사학위를 받는게 더 어려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것이 반대일 수도 있다. 이는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과 지도교수 및 위원회가 얼마나 까다롭게 박사학위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문의 자격을 먼저 취득하고 추가적으로 교원의 길을 희망하는 경우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그러므로 필자의 경우 순서가 반대가 된 셈인데 생각해보면 직업환경의학 자체가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고 연구가 차지하는 포션이 큰 학문인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순서였던 것 같다. 아마 전문의 자격을 먼저 취득했다면 그 이후로 안주하며 살았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 중에 이 두 자격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듯 하여 글을 쓴다. 그리고 어려운 걸 먼저 하는게 때로는 더 나은 전략일 수도 있다. 남들이 다 하는 대중적 전략은 대개 ROI가 가장 높은 전략으로 오히려 장기적으로 길고 크게 보면 비효과적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