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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Oct 21. 2022

SPC 노동자 빵공장 기계 사망사건: 시스템적 관점

시스템을 건드려야 한다.


최근 SPC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빵공장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건을 두고 언론과 대중이 공분하고 있다. 그리고 삼립식품의 빵을 사먹지 않는다던지 불매운동을 하자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분노에 차오른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라 안전보건과 관련된 시스템을 개선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스템 자체를 건드리는게 아니라 그냥 불매운동을 한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사람들은 삼립의 빵을 사먹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기억이란 건 뇌 속의 시냅스 연결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이 연결이 무뎌지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건드린다는 것은 일회적인 사건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어떤 사회적,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이 그 사회 시스템에 각인되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서유럽 선진국들이 개인의 자유나 평등 같은 정신들에 있어서 그들이 직접 프랑스 혁명 등을 주도했기에 그들은 다르다고 하는데,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 사회의 시스템 속에 이런 정신들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즉 제도나 시스템이 이런 정신들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이야기이다.


기업에서의 안전보건은 최근의 사회에서는 특히나 더 중요하다. 19세기 20세기만 해도 사람을 갈아넣어서 제품을 만들었고, 이것이 당연하게 여겨진 시절도 있었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뀌고, 개별 구성원의 행동이 바뀐다. 안전보건을 중요시 하는 정신 그 자체를 사회의 법률이나 시행규칙, 처벌 시스템에 새겨넣어야 이 문제 있는 행동들이 진실로, 거의 반영구적으로 바뀐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시스템적 접근법 없이 일회적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사실 정말로 사회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1) SPC는 기계에 사람이 끼어 죽은 다음날 사고 목격 노동자들을 그대로 출근시키고 다시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 결정을 내린 사람은 아마 공장장 정도 되는 회사의 중간관리자였을 것이다. 아마 보고가 회장에게까지도 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나 회장도 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장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망한 노동자는 좀 안타깝지만 위로금 지급이나 소송의 가능성 등을 생각했을 것이고, 고정지출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기계를 놀려서는 안되기에 즉각 노동자를 투입했을 것이다. 사고 목격 노동자들에게 산재트라우마 관련 심리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하나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산업재해나 직업병에 감수성이 없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노동자를 그냥 기계로 보는 시각을 들킨 것이다. 참고로 필자가 젊은 시절부터 여러 공장을 돌아다녀보면 우린나라의 대부분 제조업 사업장 관리자 마인드가 대부분 이런식이다. 이게 바뀐 곳은 대부분 노동조합의 파워가 막강한 곳이었다.


(2) SPC는 장례식장에 통상적으로 지원하는 빵을 보냈다. 통상 직원 관련 장례식에 당사의 생산물품인 빵을 보냈을 것이다. 근데 공장장이나 인사팀장 등의 담당자가 조금이라도 사안의 심각성에 생각이 미쳤다면 이런 통상적 절차를 중지하고 다시 생각했어야 한다. 심각하게 생각을 못한 것이다.


(3) 아마 지금쯤 SPC 회장단은 사내외 변호사를 총동원해 중재해처벌법 관련 향후 형사재판의 흐름과 어떻게 방어할지 방어논리를 짜고 있을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의 기업의 수준이다. 직원은 그냥 소모품일 뿐이다.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를 고용해 고위직을 방어할 논리부터 짠다. 개인이 이 집단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사망사고 당일날 기업회장이 직접 모든 공장가동을 중단시키고 사고장소에 직접 와보고, 고인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표명하고, 담당자를 문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안전보건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고 (그럼에도 공식 수사기관의 형사 절차를 안할 수는 없다.) 이런 행동들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전사적으로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1주일간 모든 작업절차를 중지시키고 안전관련 교육주간으로 삼고, 이러면 손실이 당장 나겠지만,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고 건강한 기업이 될 수 있다. 이게 최근에 강조되는 ESG 경영아닌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구현이라던 ESG 경영 구호들은 어디갔는가.


안전보건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앞으로 30년간 집중적으로 시스템을 보강해야하는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시스템적 성장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직원을 갈아서 제조업장 수율을 올리던 모델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모델이다. 선진국형 기업구조는 인적자본의 역할이 중요하고, 핵심 인적자본들은 이런 후진국형 안전보건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의 한국사회가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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