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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교육과정은 매우 효율적인 지식전달의 시스템이다

높은 수능성적으로 잘 먹고 잘사는건 부차적이다.

by 문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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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오랜만에 중, 고등학교 학창시절에 다니던 동네 서점에 다녀왔다. 한 200평 정도 되는 동네에서는 그래도 꽤 규모가 있는 서점이었는데, 한 1/4 정도는 초, 중, 고 참고서 코너였다. 책을 좀 보면서 드는 생각이, 이 서점에서 가장 값진 공간을 꼽아보라고 하면 이 참고서 코너를 꼽을 거라는 거였다.


대중들은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경제, 경영, 자기계발서, 소설, 수필 등의 출판물을 과도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교 정교 교육과정은 1차 교육과정부터 시작해서 한국이란 나라에서 가장 학술적으로 능력있다고 평가되는 교수들이 모여서 만든 교육과정으로, 사실 깊게 안 들어갔을 뿐이지 그 주제 선정이나 내용면에서 정규 학술서적과 어느정도 비슷하게 맥락을 같이한다. 그만큼 scientific하게 검증되었고, 엄선된 내용들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외계인이 와서 이 서점의 3/4을 날리고, 1/4만 살리겠다고 하면 나는 이 초, 중, 고 참고서 코너를 살려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학교 교육을 꼭 해야만 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여기지만, 한편 정말 맨 바닥에서 백지상태로 생각해보면, 학교교육이 아니면 효율적으로 현대사회에서 어느정도 통용되는 수학, 과학, 언어, 외국어, 경제사회 등의 지식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 생각해보자. 이 방대한 현대사회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갈래를 쳐서 정말 꼭 필요한 내용만 요약해서 알아듣기 쉽게 단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각 국가의 정규 교육과정 외엔 거의 없다.


우리가 학교 교육을 꼭 해야만 하는 것, 재미없는 것으로 여기기 전에, 현대인이 현대사회에서 지식을 어떻게 습득할지 고민해보고, 어떤 방법이 있는지 옵션을 꼽아보면, 정규 교육과정 외엔 없음을 알게될 것이다. 그리고 참고서를 열심히 사다가 공부할 것이다. (심지어 엄청나게 비용-효과적이다. 요새는 인터넷 강의 등이 발달되어, 정규 교육과정을 따라가는데 더 비용이 적게 든다.)


필자는 필자의 자식들이 이 점을 스스로 차분하고 곰곰히 생각해보고, 깨달았으면 좋겠다. 지식은 현대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한데, 이 지식이란 걸 습득할 방법이 의외로 별로 없음을, 그리고 학교 교육이 꽤나 효과적이고 매우 효율적인 지식 전달의 시스템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꼭 수능을 잘 봐서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가서 잘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부차적인 이득만을 생각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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