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건설현장 같은 경우 인서울 사업장의 경우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50% 내외로 비교적 적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늘어난다. 예를 들면 필자는 속초 시내 중심부에 한 아파트 현장도 검진을 가는데 9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이다. 이들의 국적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같은 동남아시아부터 중국인, 조선족 등 중국인, 그리고 의외로 러시아인들이 굉장히 많다. 이들 러시아 인들은 심지어 백인들도 상당히 많다. 한 중소규모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흑인 케냐인 아주머니도 보았는데 영어가 상당히 유창했다. 러시아인들은 영어는 잘 못하지만 의외로 중앙아시아 국가들 출신들 중에서는 영어를 꽤 잘하는 건설 노동자들도 보았다.
제조업 사업장도 중규모 이하로 가면 외국인 노동자가 90%를 넘는다. 필자는 인하대 교원 시절에는 인천 남동 공단 등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부천, 김포까지, 현재는 화성 지역을 중심으로 경기도 외곽의 광범위한 지역에 제조업 검진을 다니는데, 중규모 이하의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정말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이들의 근무조건은 대개 육체를 쓰는 현장직이며 금속분진이나 절삭유, 유기용제 같은 유해인자에 상당히 많이 노출되고, 대개는 산업보건에 대한 관리 등이 형편없다. 건설업의 경우는 대개 애초에 건강한 노동자들이 오기 때문에 (전문용어로 healthy worker effect라고 한다. selection 파트와 survival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학술적인 내용이라 다음에 다루어 보자.) 질병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제조업 사업장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1~3개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데 또 보건관리자도 이런 만성질환 관리에 무관심하고, 한국 건강보험의 적용여부를 모르거나 제도 자체를 잘 몰라서 그냥 만성질환이 방치된 채로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절대다수이다.
건설현장도 외국인이 없으면 현재 재건축이고 건물이고 하나도 올라가지 않을 정도이다. 제조업도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중소규모 제조업체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다 파산할 것이다. 특히 건설업은 육체적 노동강도도 높고 야외에서 햇볕 노출, 열사병, 혹한, 건설 분진, 소음 등 온갖 유해인자에 심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선호도는 더더욱 떨어진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이용해 건물을 올린다면, 최소한 이들의 건강은 보호해줘야 한다. 건설업이나 중소규모 제조업을 한국인이 기피하는 이유는 필자가 보기엔 유해인자를 완벽히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건설노동자는 소음에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생긴다는 걸 알아도 의사소통을 목소리나 무전기 등으로 하기 때문에 귀마개를 끼우고 일하기 어렵다 (https://brunch.co.kr/@jymoon0001/258). 분진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방진마스크를 완벽히 써도 분진을 피하기 어렵다. 그뿐인가. 불편한 자세와 고강도 업무로 건설 노동자 10년 정도 일하면 허리나 어깨, 무릎 등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대부분 발생한다. 건설업은 노동자의 몸과 건강을 갈아서 건물을 올리는 것이다. (중소규모 제조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업보건마저 챙겨주지 않고 이들을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병을 얻어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방치한다면 그것만큼 비윤리적인 일이 없을 것이다. 최소한 이들의 건강만큼은 지켜주어야 한다. 그것이 선진국인 한국이 국제사회에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독자분들이 우리나라 건설현장과 중소규모 제조업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아셨으면 좋겠고, 이들을 마음대로 사용한 대가로 최소한 이 노동자들의 건강만큼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