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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11. 2021

리스크 매니저의 자질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앞선 포스팅에서 리스크 인지 및 관리에 있어서 양자역학적 개념에 대해 이야기했다. (담배와 폐암 그리고 리스크 관리: 확률과 양자역학) 리스크는 물리적으로 그 곳에 존재하고 있지 않더라도 양자역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반존재의 상태로 현재 상태와 겹쳐져 있을 수 있다는 간단한 이야기였다. 


특히 이런 방식의 사고는 리스크 논의에 있어서 폭 넓게 적용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필자의 입장에서는 환경보건적 리스크, 산업보건적 리스크, 그리고 투자의 리스크에 적용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리스크 관리의 대표적인 예와 리스크의 특성, 그리고 리스크 매니저의 자질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현재 작업환경 측정대상 물질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라돈이라는 불활성 기체상태의 방사능 물질이 있다. 이 물질은 자연계에 폭넓게 존재하는데, 사실 미국에서 발생하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담배가 아니라 지하실에서 측정되는 라돈일 정도로 잠재적 위험이 크다. 라돈은 주로 지표면에 가까이 위치한 집의 지하실 등에서 자연 방사능 형태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대 사회에서는 아파트 등을 지을 때 실내 건축 자재로 암석을 많이 사용하면서 여기에서 용출되는 형태로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라돈 농도가 높은 곳에서 오랜기간 거주했던 사람이 폐암 또는 백혈병이 걸리면, 옛날 조선 시대 무당은 터가 안 좋으니, 굿을 해야 한다느니 하겠지만, 사실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 리스크가 잠복되어 있던 것이다. 이렇게 라돈 농도가 높은 집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사람은 여러 암종의 리스크와 겹쳐져 존재하며, 어떤 집의 라돈 농도가 높을지 낮을지를 요새는 거주지의 여러 특성을 이용하여 머신러닝으로 예측하는 기법도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다. 즉, 이런 반존재 상태의 리스크를 예측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최근 산업보건 분야에서는 야간작업이 유해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방금도 필자는 야간작업에 대해 한 사업장에서 강의를 하고 왔는데, 야간작업에 20년 종사한 응급의학과 의사는 유방암, 소화기계 질환 및 각종 암종의 리스크와 병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진단을 받지 않아도 그렇게 20년을 더 근무한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야간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특수건강검진이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인구에서 야간작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분율을 고려하면 굉장히 많은 인구가 야간작업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투자 분야는 어떨까. 어떤 헤지펀드 매니저가 여러 금융 포지션을 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금리 인상기에 국채 선물을 대량으로 매수 포지션으로 잡고 있다고 하자. 그는 경험부족으로 과도하게 포지션을 잡고 있는데, 금리가 현재 천장이라는 생각 하에 국채 선물 풋옵션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국채 선물 콜옵션도 소량 매수하였다. 그리고 그는 자산들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원유와 금의 가격이 아직 낮다는 판단하에 원유 선물과 금선물의 매수 포지션을 잡고 있다. 그의 생각으로는 책에서 배운 대로 자본을 여러 자산으로 배분하여 분산투자를 하였으므로, 포트폴리오가 안전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곧 그 매니저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우선 지나치게 과도한 포지션을 잡았고, 둘째로는 자신이 잡은 자산들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던 것이다. 그는 금리 상승기에 국채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원유와 금은 어떻게 움직일지 책에서 배운 적이 없었다. 이 경우 그의 포지션에는 손실이 현실화되기 전부터 높은 확률의 반존재상태로 함께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험을 관리하는 리스크 매니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위험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반존재 상태로 현실과 겹쳐져 있는 위험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 확률이 매우 낮더라도 fat-tail risk를 고려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리스크 (위험) 관리란 무엇인가) 그래서 리스크 매니저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풍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워낙 드문 리스크의 경우는 리스크 매니저도 모두 경험해 볼 수는 없다. ex) 보팔 참사나 세베소 참사 같은 경우) 해외의 헤지펀드 리스크 매니저 같은 경우는 펀드 청산 후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는데,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그만큼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수익률 유지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블로그 글: 리스크 매니저의 자질: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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