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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13. 2021

자본주의가 모든 논의를 다 담을 수 없다

돈으로 거래가 가능한 가치들 위주로 시스템에 담는다.

나이드신 분들은 좀 그러한 경향이 덜하지만,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자본주의의 거래 논리 하나로 세상의 모든 가치를 다 설명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본주의는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가치 중 교환이 가능한 가치들을 중심으로 거래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고, 실제 세상에는 자본주의가 담을 수 있는 가치보다 더 넓고 깊은 가치들이 존재한다. 마이클 센델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이를 일부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개인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우선 건강이 있다. 이건 너무 당연해서 설명을 생략한다. 고 이건희 회장님도 당신 전체 재산의 9할을 신에게 헌납하고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하면 당연히 건강을 회복하는 길을 택하실 것이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환경도 있다. 건강한 자연 환경은 현재로선 돈으로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다. 윤택한 사회환경, 건강한 도시환경 등의 인공적 환경도 직접적으로 돈으로 거래는 불가능하다. 간접적으로는 거래가 가능한데 부유한 도시로 이사를 가거나 하는 식으로 거래가 가능하긴 하나 이 역시 직접 거래하는 방식은 아니다. 또 사회적 지위가 있다. 장관이나 총리는 돈이 많다고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정치도 있다. 대통령 자리를 돈으로 살 수 없다. 교육도 있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돈을 줘도 직접 구입이 불가능하다. 학자의 학술적 업적도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세계적 수준의 학술 논문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정의, 공정함, 사회제도, 그 사회의 정신적 수준, 역사 등은 돈을 줘도 살 수 없다. 역사는 특히 중요한데, 어떤 사회가 지나온 역사가 곧 그 사회의 정신적 수준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예술의 경지도 돈으로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것이 직접 돈으로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것들에 신경을 덜 쓰는 지도 모른다. 오히려 신경 써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려운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중요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돈으로 거래 가능한 것들에만 가치를 부여한다. 이 시스템은 인간사회의 모든 가치를 담아낼 수 없다. 우리 삶의 여러 면모들 중 일부 거래 가능한 가치들을 담아낼 뿐이다. 이 체제가 마치 인류사회에 영속적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전부인 것처럼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흙수저이지만, 필자가 보았던 부자들은 돈 자체보다, 삶의 수준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고 싶어했다. 돈이 이미 많아서 그랬던 걸까.)


블로그 글: 자본주의가 모든 논의를 다 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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