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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22. 2021

손정의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손정의를 잡스, 빌게이츠, 저커버그, 엘론 머스크 등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곤 하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손정의는 일단 프로그래밍 등을 배운 적이 없고, 순수하게 전략의 관점에서 정보혁명의 물결에 올라타야겠다고 결심하고 사업을 벌인 사람이다. 집안도 장사꾼 집안이었고, 대학 때 전공도 경영학, 경제학 등이었지, 컴퓨터공학 등을 제대로 배운 건 없다. 한 마디로 자본가 쪽에 조금 더 가깝다.


자꾸 손정의라고 하니 뭔가 좀 그렇다. 손마사요시라 하자. 손마사요시의 투자 방법은 여러 국가를 거쳐 대개 비슷하고,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서도 NTT 도모코에 대항하여 초고속 통신망을 까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보다폰 일본법인을 인수해 데이터를 판매하는 휴대폰 요금제를 최초로 만들어 점유율을 늘렸다. 야후 재팬으로 온라인 유통을 장악하고, 같은 방식을 중국 알리바바에 투자, 한국 쿠팡에 투자, 동남아시아 투자 등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잘 관찰해보면 결국 정보혁명이 일어나면서 국가의 기간산업급으로 재편되는 어떤 고정수익을 올려주는 인터넷 통신망 회사나 휴대폰 서비스 공급자, 온라인 유통망 등을 장악한 것이다. 어떤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보여준 애플의 잡스나 전기차의 엘론머스크와 비교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부적절하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국가의 기간산업급' 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사람이 인터넷, 모바일폰, 온라인 유통망 없이 살 수가 있나? 이는 국가의 기간산업 급으로 옛날로 치면 SK의 전신인 유공이나, 철강 공급회사 포스코, SK 텔레콤 등을 민간 기업이 사전에 선점한 것이다. 국가가 허가를 내주는 은행업도 비슷하다. 은행업은 막강한 레버리지로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을 벌이는데 이도 국가가 허가를 내주는 허가업에 기간산업이다.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에 따라 인생도 달라지고 사업의 성패도 달라진다. 손마사요시는 전략가에 가깝고, 자본운용자에 가깝다. 이는 아시아에 위치한 일본 자본가라는 특성에서도 연유하는데, 잡스나 엘론머스크 처럼 하려면 미국 바닥에서 활동하는 미국인이어야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필자의 이전 글 (워렌 버핏은 정말 투자의 구루일까 (2편)) 에서도 여러번 언급했던 이야기이다.


다만 필자는 정보혁명의 물결을 따라 국가의 기간산업급의 산업에 초기에 진출하여 인프라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국가의 제지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 산업의 고용창출효과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자칫 잘못하면 그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다들 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블로그 글: 손정의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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