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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l 07. 2021

다층모형의 금융시장 모델링에의 적용 (금융 특집 1편)

통계학 전공자에게는 쉬운 이야기겠지만 다층모형 (hierarchical model) 이라는 것이 있다. 뭐 이름이 엄청 여러가지였는데 사실 분야마다 다른 그 이름이 가리키는 본질은 같다. 쉽게 이야기하면 학교에서 학생들의 성과를 비교할 때 개별 학생의 차이 + 그 개별학생들이 그룹으로 묶여있는 학급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이것을 3단계, 4단계로 확장할 수도 있는데 학급, 학교, 학군까지도 모델링에 반영할 수 있다. 핵심은 개별 개체들간의 독립성 가정을 뛰어넘는 어떤 군집의 효과를 모형에 반영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이 모델을 한 번 금융시장 모델링, 즉 투자 의사결정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수 많은 투자 구루들, 슈퍼개미들, 그들이 신문에서 뉴스에서 하는 말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특히 그 중에는 이런 말들이 있다. '시장의 흐름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기업과 동행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식을 삽니다.' '해당 기업체를 통채로 매수한다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합니다.' '거시 금융시장이 내일 무너진다고 해도 전 신경 안 쓰고 기업의 가치에만 주목할 겁니다.' '내일 금융시장이 무너져도 이 개별주식을 살 겁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합리성과 합리적 결정, 즉 보편성에 기반한 합리적 결정이 투자의사결정에 있어서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아주아주 합리적으로 정확하게 이야기해 볼까? 가장 정확한 모델은 일종의 다층모형을 적용한 것이다. 즉, 거시 금융 시장의 상황을 상위 레벨 변수로 넣고, 하위 레벨 변수로 개별 기업의 퍼포먼스 예상치를 넣는 것이다. 그 개별 기업의 퍼포먼스 parameter는 당연히 상위레벨의 금융시장 전체 상황과 상관관계가 높을 수도 있고 (경기 민감주, 대형주, 경기 변동주), 상관계수가 0에 가까울 수도 있다 (기술주, 경기둔감주 등). 이렇게 개별 기업의 성과와 higher-level 군집변수 (거시금융시장 상황)의 상관관계까지 고려해서 모델링을 해야 완벽하다. 여기에다가 현대 금융시장의 wag-the-dog 현상을 고려하면 파생금융시장에서 국제투기자본이 반대쪽으로 극단적으로 몰아붙여서 경쟁자들의  포지션을 전부 청산시켜버리는 이른바 '불난 곳에 기름 들이붓기' 현상도 모델링에 반영해야 한다. 


다층모형은 거시금융의 변수들과 개별기업의 변수들을 모두 한 모형에서 고려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금융 모델링에 매우 적합한 툴이다. 진정 '합리적'을 쫓는 투자자들이라면 이 다층모형으로 거시경제 상황과 개별기업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근데 거시금융시장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고 워렌버핏이 이야기했으니 난 이런거 모르고 기업과 동행하겠다고 끝까지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그래 동행은 좋다 이거야, 그건 필자도 동의한다고. 근데 거시금융시장에 대해 완전히 눈감아버리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거지. 워렌버핏이 정말 그랬다고? 그 브릿지 게임의 대가이자 확률예측의 천재이자, 헤지펀드로 처음 자기 회사를 일으킨 양반이? 보험사 예수부채로 안정적인 미국시장에서 수익을 착실히 올리는 사람이?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출처를 잘못 안 것일 것이다. 


워렌버핏은 이미 콜럼비아 경영대학원 시절부터 온갖 금융모델링과 확률은 다 배운 사람이다. 그 탁월한 학습능력을 고려하면 그 이후에 나온 각종 금융수학의 업적들도 (예를 들면 블랙-숄즈 옵션 가격결정 모형 같은 것) 대강 다 훑고 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피카소가 기본 습작과 고전파 그림을 다 배우고 추상화로 건너뛴거지 그걸 모르고 간 게 아니다. 워렌버핏은 이미 다 알고 있다. LTCM이 파산지경에 이르렀을 때 LTCM 오너에게 전화해 포지션만 고스란히 사겠다고 이야기한 것만 봐도 훤히 알 수 있다. 그는 타고난 확률계산가이다.


하여튼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워렌버핏은 당연히 거시 경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경기민감주의 실적이 예상이 되거든. 금리가 막 하락하기 시작한 지점에서 미쳤다고 경기 민감주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사람은 없다. 금리가 상승하는 시점에서 자산이 많은 부동산 위주 기업을 사들이는 탁월한 투자자도 없다. 금리 결정과 거시 경제 상황이야말로 이들이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다. 


그들이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은 하루나 일주일 단위의 단기적인 시장의 흐름이다. 그건 신이 와도 예측할 수 없다. 0.1초 뒤에 이 나뭇잎이 물 위에서 어느방향으로 갈지 예상할 수 있나? 없다. 브라운 운동을 어떻게 예상하지. 운 좋게 맞춰도 다음 번에 틀린다. 이건 직접 금융시장에서 해보면 안다. 9번 맞추다가 10번째에 9번 맞춘걸 다 잃어버린다. 하루나 일주일 단위의 단기적인 시장의 흐름은 신이 아니라 신 할아버지가 와도 못 맞춘다.


결국 합리적 투자자라면 (그렇게 재야고수들이 강조하는 소위 '합리적' 사고, '합리적' 의사결정, 지극히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결정들), 다층모형을 동원해 거시 경제의 상황과 개별기업의 parameter들과 이들의 상관관계까지 모두 함께 고려하여 모델링을 할 것이다. 이게 합리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소위 '슈퍼개미'들의 비합리적인 이야기에 빠지지 말고 냉철하게 생각해봐라. 둘 다, 아니 그 상관관계까지 고려한 통합적 모델링이 더 맞고, 더 합리적이다. 이게 오늘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다음번에는 소위 경제학, 경영학 교수들이 투자를 더 못한다는 비합리적인 이야기에 대해 다룰 것이다. 이들이 제대로 투자시장에 뛰어들 유인과 동기가 명확치 않아서 그렇지 (사실 없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돈을 위험에 밀어넣지?) 이들이 제대로 투자를 시작하면 일반인보다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들은 한 번이라도 전체를 다 배워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 주제는 다음에 다루고 오늘의 주제는 합리적 투자자라면 다층모형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자.


블로그 글: 다층모형의 금융시장 모델링에의 적용 (금융 특집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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