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을 지금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정리해두려고 한다. 학술저널의 리뷰 프로세스에 대한 생각이다.
1. 학술저널의 리뷰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억셉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보다는, 논문의 질이 업그레이드 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리뷰 이후 긴 코멘트와 함께 리젝이 되거나 리비전 중에 리젝이 되는 일이 드물진 않으니 말이다. 이 관점은 리뷰 프로세스를 최종 목적인 게제를 위한 중간 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로 논문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관점이다. 즉, 어쨋든 억셉만 되면 된다가 아니라 좋은 논문이 후세에도 잘 읽히도록 하기 위함이다.
2. 리뷰 프로세스는 완전히 객관적일 순 없다. 리뷰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에디터와 리뷰어도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전문분야를 완벽히 알 수 없고, 판단에 있어 놓치는 것이나 잘못된 것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에디터나 리뷰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저자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에디터는 본인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여러 검수 프로세스를 갖추어놓치만 이 조차도 완벽하진 않다. 다만 이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일을 이해하면 어떤 원고를 어떤 저널에 투고할지, 어떻게 리뷰어 코멘트에 대응할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비록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는 국내 학회에서 담당하는 SCOPUS 저널이지만 (non-SCI), 여기에 투고하면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소속 교수님들에게 양질의 리뷰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프 에디터와 associate editor들이 모두 학회 소속의 전문의 (대개는) 교수님들이시고, 학계의 인맥이 이렇게 이어져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환경의학 논문을 별로 관련없는 신경외과 학술지에 투고한 적이 있는데 (Impact Factor가 상당히 높았다.) 그 리뷰 코멘트들이 환경보건 저널들에 투고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는 에디터나 리뷰어의 background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방향의 코멘트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 원고는 환경보건 쪽 저널에 다시 투고하였다. 왜냐하면 결국 논문이 완성되는 데 저자인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환경보건의 perspective에서 바라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널 선정과 리뷰어 코멘트 대응에 있어,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더 좋은 대응이 가능하다.
3. 리뷰 단계가 지나갈 수록 억셉 확률이 올라간다고 보기보다는 계속해서 날카롭고 정제된 공격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 그 코멘트들의 날카로움은 결코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막아내고 쳐내야만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갈 수 있다. (그래서 학위논문 심사를 디펜스라고 부르나보다.) 어쨋든 마지막까지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결코 쉬운 것은 없다.
이렇게 에디터, 리뷰어들도 사람인지라 이렇게 오랜 과정을 거쳐 한 번 신임을 얻게 되면, 그 다음 번 원고부터는 일이 조금 수월해지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리뷰의 날카로움이나 공격이 덜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초기에 원고가 치프 에디터선에서 걸러지는 일이 줄어들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엔 본인의 실력으로 끝까지 막아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해보기로 하고 다음에는 학술논문과 관련된 다른 주제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