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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논문의 영문 선입견에 대하여

by 문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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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아무래도 South Korea 출신이라고 찍혀 나오다보니 리뷰어들이 영문에 대해 간혹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있다. 방금도 영문이 awkward 하다는 원고를 Elsevier의 영문 교정 서비스에 맡긴 결과가 나왔는데, 정작 교정하는 사람은 고칠 것이 거의 없지만 clarity와 몇 가지 문법오류를 교정한다고 적어 보내왔다. 가격이 거의 45만원인걸 감안하면 돈이 매우 아까운 상황이다.


이번에 마이너 리비전을 받은 한 원고는 2명이 억셉, 1명이 마이너 리비전이었는데, 아무도 영어에 대해 문제삼지 않았고, 다른 원고의 메이저 리비전에서는 1명은 standard English 로 적혔으나 2개 단어의 표현을 고칠 것을 이야기했고, 다른 1명은 언급이 없었다. 이전에 억셉 받은 원고에서도 4명의 리뷰어 모두 영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왜 리뷰어마다 이런 차이가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은 리뷰 프로세스가 주관적 심사과정이라는 데에 있다. 필자 소속 기관의 senior researcher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보통 영어권이 아닌 국가의 리뷰어들이 영어를 문제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영어권의 리뷰어들은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기에 영어가 왠만큼 수준 이상인 경우에 문제 삼는 경우가 없는데, 비영어권 국가의 리뷰어들은 아무래도 South Korea의 저자가 쓴 원고라는 걸 보면, 선입견을 갖고봐서인지 영어를 문제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필자도 좀 웃긴 것이 영문 교정 받은 원고를 오늘 아침에 보는데, '내 영어가 문제가 있을거야'라고 생각하고 보니 정말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교정자가 고칠 것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근데 또 필자의 소속에서 South Korea를 떼어버릴 수도 없으니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또 재미있는 것은 한국말도 내가 쓸 때, 너가 쓸 때 같은 문장도 다르게 표현되고, 같은 내가 써도 상황, 시간에 따라 다른 문장이 쓰여지는데, 이 관점에서 보면 또 교정자가 고친 것이 100% 맞다고 이야기하기에 애매한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강조하고 싶은 단어의 첫 문자를 대문자로 썼는데 이걸 다 소문자로 다시 고쳐놓았다. 이런 것은 원고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은 리뷰어가 문제삼을 때마다 돈을 지불하고 영문 교정을 받는 것이다. 너무 비싸서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이 글은 신세한탄 글이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면 이런 일은 안 겪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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