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병원에서 로컬병원으로 적을 옮긴지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지금 생활에 크게 불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 대학병원에서 연구에만 집중적으로 몰두하던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로컬병원에서 만족스러운 점은 일의 밀도가 높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셋팅해 주는 것. 그러나 연구에 대한 아쉬움은 대학병원에 비하면 당연한 것이리라.
그 중에서도 학술주제들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소위 학술친구들을 만나고 사귈 수 있는 기회들이 현실에선 거의 없다시피한데, 그래서 학회를 오히려 더 가고 싶어졌다.
학회가 단순히 해당 분야의 연구토픽들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예를 들면 연구자에게 학술과 관련된 내용을 농담처럼 혹은 심도있게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일까? 학회 밖에 없다. 학회 자리나 학회에서 만날 수 있는 동료 교수나 연구자들과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렵다. 일단 학술적 내용에 관심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회는 단순히 최신 연구결과들에 대한 공유라는 기능적 차원의 의미를 넘어서 연구자에게는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와 같다. 거기서 학술친구도 만나고 교류도 하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여기서 만난 이성과 결혼하기도 한다.
필자는 학술적 주제를 이야기하며 농담을 곁들이며 친목을 다지는 학회자리가 그립다. 로컬 병원에 있으면서 자주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서 학회에 놀러다니는 연구자로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