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능은 주로 의료 제공기관이라는 것이다. 수술을 받으러, 시술을 받으러,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으러 대학병원/2차병원/중소병원/동네의원에 사람들은 방문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병원이라는 조직의 우선적인 목적은 환자를 보는 것이지 의학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게 국가마다 다를 수 있는게 미국의 의과대학 같은 경우는 의학연구기능을 굉장히 강조한다. 따라서 스텝별로 임상 로딩이 상대적으로 적고, 오히려 연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이렇게 되기가 어려운 요소들이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우선 한국은 미국처럼 자본이 넘치고 물자가 풍부하고, 모든 게 여유로운 세계 1등국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의 모든 면이 빡빡하게 돌아가고, 최소 인건비를 지출해 최대한 수술, 진료를 많이 하게 하는 환경이 셋팅되게 된다. 이게 의료 시스템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 한국은 의료비가 싸고 대다수 국민이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상업화된 의료 시스템으로 의료비가 비싸고, 자본주의 의료 제도다. 결국 의료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하나로 취급되며, 의료 공급자가 자신의 희소한 의료기술과 지식에 높은 가격을 붙이는게 정당화되는 국가이다. 따라서 진료를 최소한만 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배려해주는 것이 대학병원 입장에서 가능하다. (단위 의사당 수익이 크다.)
따라서 한국이 세계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임상 의료기술은 주로 많은 수술이나 시술을 해봐야 유리한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간 이식, 관상동맥 스텐트, 고난이도의 수술 등 ) 이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굉장히 많은 환자 케이스를 몰아서 서울의 몇몇 센터에서 집중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측면이 크다. 그게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며, 따라서 이런 부분에서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
반면에 의학 연구 자체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다른 서양국가들을 따라가기 힘든 것이 일단 임상의사들이 그렇게 진지하게 연구에 임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중요하고, 개별 의사가 열심히 일을 해서 수익성을 올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병원 운영 측면에서 매우 효율화된 기업병원에서 일하다보면, 정말 병원이 나를 효율적으로 써 먹고 있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병원은 의료 제공기관이고 의학 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은 아무래도 후순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둘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연구자로서 연구비를 많이 따서 간접비를 많이 얻게 해 주면 연구자로서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이런 포지션이 병원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따라서 임상가의 연구성과를 판단할 때 이런 측면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임상가는 연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연구를 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 글: 병원은 의료 제공기관일까 의학 연구기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