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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교는, 교실은

2023.5.13(토)

by 박달나무

우리가 머물던 모리타노스 호텔알베르게에서 레온(카미노 최대 도시)까지 고원평원(메세타 지형)이 펼쳐진다.


이곳은 다음 숙소 사이에 쉴 수 있는 바르가 없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걷는 일만 가능하다. 먹을 것 마실 것을 미리 준비해서 하염없이 걷는 일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진행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


사아군(Sahagún)까지 10km를 걷고 사아군 기차역에서 레온으로 60km를 점프했다.

레온은 순례길에서 가장 큰 도시다

열감기 후유증이 남아있다.(아이들은 완전회복)


나는 뒤늦게 관절과 근육이 아픈 걸 보니 가벼운 몸살이 온 듯.(견딜만한 수준)


에어비앤비 아파트의 와이파이가 빵빵해서 편하게 이것저것 보다가 공감되고 마음 아픈 포스팅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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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있었던 일


아직도 정리가 잘 안되네요.


옆반은 4학년입니다. 어떤 동물울음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6학년 영어수업을 해야 하는데 졸업사진 때문에 수업이 뒤로 미루어 졌습니다. 울음소리가 나면, 금방 사라지는데 이번에는 계속 지속됩니다. 그래서 가보았습니다.


옆반에는 세명이상의 '돌봄'필요아동이 있는것은 나도 알고 있었습니다. 체육을 맡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1번 들어가서 체육을 하는데,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헹감을 치고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울부짖는 아이와 강당전원을 켰다껐다하는 아이. 당황해서 소리지르고 화냈는데, 내 스스로 참 부끄러웠습니다.


수업준비를 못해서 그런건 아닌가,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그런데, 이 아이들이 지난 3년동안(1학년때 코로나로 학습결손) 학교에서 이런저런 문제들로 교사들이 힘들어했다는 걸 나도 알았습니다. 그중에 '아이큐'가 높고 교사에 대해 계속 반항하는 아이(A;강당불을 끄는 아이)는 내가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힘들면 내 교실로 와서 잠시 쉬었다 가라고 그랬습니다. 그 아이때문에 학교 교실 공간을 '상담실'옆으로 학년을 옮겨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기초에는 몇번 그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이고, 그 게임과 관련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았습니다. 아이는 관게를 맺을때, 어른을 '화나게 하기'를 통해 맺는 듯 보였는데, 처음 내게 "선생님은 욕써도 됩니까? 유투브 계정이 '미쳤다'면서요?"라고 하면서 시비를 거는 식입니다. 내 유투브계정은 "티볼에 미치다"거든요.


몇번 찾아왔는데,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와 이야기를 한 후에 그것을 그만두게 했습니다. 학부모가 아이수업을 위해서 수업시간에 다른 곳에 가서는 안되게 지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담임선생님이 매우 조용하시고, 단호하며, 그러니까, 회복적 생활교육의 FM같은 분이셔서 아이에게 신뢰도 얻고, 훈육이 먹혀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존경스럽게 그분은 다른 아이들도 관리하면서도 그녀석과 또 '헹감치고는 동물울음소리를 크게 지르는 아이'(B)도 전부 챙기십니다.


그런데 금요일 터졌습니다.


둘이 울부짖고 난리를 칩니다. 헹감을 치고, 울부짖는 B는 교사에게 아무말도 않고 그냥 정말 익룡같은 목소리를 냅니다. 왜 문제가 되는지, 뭐가 힘든지 말하지 않아요. 그 울부짖음을 들을때면 아이의 과거가 들리고, 아픔이 그대로 감정적으로 전달됩니다. 문제는 A란 아이입니다. 이 아이가 떼를 쓰는데, 인간적으로 나는 그 순간 좀 미웠습니다. 아이 지능이 매우 높아보이거든요? 이 아이는 유투브도 검색하고, 학교 교육과정도 챙겨보면서 교사를 공격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학교 홈페이지에는 학생들을 브이아이피로 대접한다며? 왜 나한테 그렇게 안 대해주냐고?' 하면서 외칩니다. 몸무게는 30키로도 안될 듯하고, 키도 작고 피부도 뽀얀 녀석이 정말이지 밉습니다. 특히 마음이 아픈 아이가 울부짖어 담임이 힘들어하면, 대체적인 아이들은요. 이걸 파악하고, 자신은 참거나, 가만히 있는데요. 이 녀석은 그걸 뻔히 파악하면서도, 이때다 싶어 교사를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학급규칙에 의해 소지품을 정리하지 않아, 책상위에 자기가 지닌 물품을 선생님이 가져갔다고 소리를 지르며 "선생님이 가져갔잖아. 어어어어어어. 아...악악..." 이렇게 울부짖네요.


B는 계속 동물 울음소리를 내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다른 아이들 일부는 귀에 손을 막고 울고 있었습니다.


내가 목격한게 그겁니다. 나는 B의 손을 잡고 달래주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A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지만, A의 울부짖음과 떼쓰기가 계속...그래서 담임선생님이 '상담선생님'과 그 부모에게 전화를 합니다.


....


담임선생님과 그의 엄마가 대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어떨결에 수업을 합니다. 과학시간이라고 해서 책을 펴고 '아이스크림'에 나오는 것을 하나씩 읽어나갑니다. 강낭콩의 '한살이'-왜 한실이를 배우나, 열매가 처음 나올때 뭐라고 하나...근데 아이들 한명씩, 갑자기 '화장실에 가도 됩니까?' 묻습니다. 분명히 쉬는 시간(한시간 지난 후)을 주었는데도. 6학년 어린이들 중 일부가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겠다'고 해놓고, 허락해주면 우르르 가득, 그렇게 합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가야한다고 말해주었더니 "오줌싸면 책임지실랍니까?"라고 어떤 아이가 말합니다.


나도 울고 싶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A엄마와 대화를 한 후, 창밖을 보고 계셨는데, 매우 마른 몸에 어깨가 흐느끼는 듯했습니다. 가능하다면, 내가 3교시도 수업을 하고 싶었지만, 3교시에 6학년이 왔습니다. 들어보니, A엄마가 담임선생님에게 오히려 퍼붓고 갔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에 생활부장님, 그리고 학교에 연세가 지긋한 좌장님(기초학력지도담당)과 만났습니다. 오늘 벌어진 이야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든든한 남자선생님이 없어서 이런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나는 좀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나는 A란 녀석이 그 순간에 참 미웠습니다. 번쩍 들어(아주 여린 아이) 내 교실로 잠깐 데려가 진정시켰어야 하나, 생각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남자선생님"이 뭔 죄입니까? 그러다가 아동학대 신고 당하면? 화가 납니다. 정말 젠더감수성 꽝입니다.


집에 와서 마음이 안되서 담임샘과 통화를 했습니다. 교장,교감, 생활부장 모여 이야기 하고 결론 낸것이 '듬직한 남자 멘토교사(대학생)을 고용한다'는 것이라 합니다.


나는 담임선생님이 오늘 이 사건을 몇번이나 사람들에게 말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정말 산산조각난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서 6교시까지 수업을 하셨다는게 참 놀랍습니다.


교권침해가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130센티도 안되는 이 꼬마가 침해할 교권이 뭐가 있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교실이 마치 지옥같게 만드는데, 공교육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 씨바.


이녀석들을 모두 티볼을 시키고 싶지만, 그래서 꼬셨지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특히 A는, 본인의 허약한 신체를 잘알고, 체육도 못하니까 참여를 안합니다. B는 팀활동을 하기에는 지능-정서가 너무 아파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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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학교를 모르는 분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고,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이며,


토론 수준에서 의견을 말하고 싶어서다.


햐~ 이 선생님은 모르는 분이고 단순 페친이다. 글 속에 선생님 덕이 보인다. 높다, 덕이 아주 높은 선생님이다. 경력이 쌓인다고 그렇지 않다. 치열한 고민을 이어온 것이 분명하다.


알리고 싶은 건 선생님의 덕도, 아이들의 황당함도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른들의 수준이다.


아직 우리는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문제가 더 악화될 게 분명하다. 이미 20년 전부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TF가 가동되었어야 하겠지만, 어디 우리가 누구인가.


여력이 없어서 여기서 멈추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솔루션을 말하는 순간, <원인-결과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아이들의 문제는 <원인-결과의 세계>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원인-결과의 세계>에서는 히틀러 식 해법 이상이 있을 수 없다.


말도 안 되지만,(절대 원하지 않지만)


원인-결과의 세계에서, 현재로선,


출산률을 0%로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다.


(남은 얘기는 내일 일기로 넘긴다)


*동네 점방에서 마른멸치 옆에 두고 맥주 한 잔 하듯이(여기는 캔맥주가 없다) 여기는 생맥 한 잔에 올리브절임을 먹는 게 일반적이다. 자꾸 먹어보니 올리브절임 매력있네.(저만큼이 1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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