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규 Sep 27. 2023

그럼 어쩌란 말이냐

2023.5.14(일)

어제 토요일 일기에 이어 쓴다.



일단 우리는 40분 정도 걸어서 레온 성당에 도착했고, 근처에서 꽤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맛있으면 비싸다. 워낙 세계적인 관광지이기도 하고. 비싸게 받는 대신 매우 친절하다. 한국인은 친절에 목마르다.


그리고 중국 슈퍼마켓에 가서 드디어 한국 라면을 샀다. 레온 성당에서 700미터 떨어진 Alimentación Oriental Asia에 가면 마치 한국 수퍼에 간 듯 착각할 수있다.(5유로 처음처럼 소주를 만지작 거리다가 내려놓았다. 몸살이 아직이다) 

레온의 중국 슈퍼마켓에서 한국 라면을 살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신라면을 살 수 있는(삼양라면/너구리/김치라면 등등 다양하다) 유일한 까미노 슈퍼마켓이다. 더구나 일요일에 모두 철시지만 중국 상점은 영업을 한다.


덕분에 점심은 컵라면, 저녁은 신라면(+kfc치킨)


하루 푹 쉬었다. 


아이들은 감기에서 완전 벗어났다. 두 어른이 문제….(아이씨 스페인은 5월이라는 이유로 난방-라디어이터 작동이 전혀 안 된다. 아침 최저가 언제나 5도 이하인데. 내일은 2도)




<금쪽 같은…>에 나오는 아이는 학교 고유의 질서를 인정하지 않고 지키지 못한다. 토요일 일기에 나오는 <교실에서 가부좌 틀고 익룡 소리 내는 아이>도 학교의 기본 질서를 완전 무시한다. 


이런 경우 교사가 아이를 돌보고, 학교 질서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모두 허사다. 교사를 질서 파괴 어린이와 분리해야 한다. 교사가 학습가능한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을 이끌도록 교육행정가들은 도와야한다.


어떡해서 학교는 기본값이 되었나. 그건 일종의 눈속임이다. 학교에 맞지 않는 아이는 학교를 떠나면 된다.


아이가 질서파괴자가 아니라, 학교와 아이가 서로 맞지 않아서 아이를 <파괴자>로 낙인 찍은 거다. 국면이 다르면 아이는 파괴자가 아니다.




아이가 원하고 생각하는 질서는 다르다. 철저히 <나> 중심의 (극소수와) 인간관계를 맺으면 된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 


무한한 소스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죽는 게 <나>의 소원이다.


이들의 요구는 오직 자신을 비난하는 손가락을 거두라는 것 뿐이다. 나는 <나>대로 잘 살 수 있다고 믿고 주장한다.(물론 적절한 지원을 받으며)


학교는 귀족이 아닌 어린 나이의 인간이 <나>를 내세우는 건 금기사항이다. (결코 학교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학교는 자기 사명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평민의 자식에게 <나>의 욕망을 스스로 제한하고 나아가 <욕망은 악마>라고 세뇌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그 시스템의 우수한 내부자였다. 그리고 시스템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진짜가 나타났다.


깊은 고민과 사색을 통과한 것도 아닌 것이, 기존 시스템의 질서를 내면화한 적도 없는 것이, 나이도 만 16세 미만인 것이 처음부터 시스템을 부정하고 <나> 마음대로 하겠다고 한 것이다.


200년 개인주의 역사의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는가.



노동자 계급이 '욕망'을 악마화하며 매트릭스 시스템 구축의 일등 공신이니, 일부 그의 자녀들이 수많은 탄압을 견디며 <나> 마음대로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는 선한 응답을 해야한다.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나>를 내세우는 아이가 사라지기를 바란 것 말고 무엇을 했단 말인가. 


죽일 수는 없으니 눈앞에서 사라지기만 바랐던 것 아니었나.


이태리에 폐쇄 정신병원과 특수학교가 없다는 것, 캐나다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1:1 전담 요원을 배당해서 24시간 개인 지원을 한다는 걸 보라.



아이가 학교(다시 말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필요하고, 앞으로도 자기 원칙을 지키며 꿋꿋하게 나아가야 한다)를 떠나고, <나>가 하고 싶은 것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살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나>를 내세우는 시대적 전환점에서 돌격대의 역할이다. 이들의 희생으로 다음 세대 <나>를 내세우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올 것이다.

레온대성당


이전 15화 지금 학교는, 교실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