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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7. 2023

산티아고대성당에 도착

2023.5.26(금)

800년 전(1211)에 만들었다는 산티아고대성당. 4년 전에 왔을 때 보수공사로 비계를 설치하고 일부를 가림막으로 둘러싸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번엔 온전한 모습 전부를 볼 수 있다.


성당 앞 광장은 전 세계 사람들로 왁자지껄, 시끌벅적, 야단법석, 울긋불긋이다. 


우리는 약속대로 다섯 명이 성당 광장에서 오후1시에 만났으나, 나머지 한 명을 기다려야만 했다.


바로 큰아이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

순례길 종착점인 대성당까지 오는 길에, 잠시 쉬기 위해 바르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다가 사달이 났다.


상황을 엄중하게 느낀 내가 낮은 목소리로 큰아이를 설득하면서 한편으로 경고했다.


아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빠른 속도로 앞서 갔고, 뒤따르던 나는 가는 중에 처음으로 비도 맞았고(잠깐 피신도 하고) 현금이 똑떨어져 ATM에서 돈도 찾고…. 암튼 복잡한 산티아고콤포스텔라 도시에서 아이와 엇갈렸다. 


아이 딴에는 어느 정도 가다가, 나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자 거꾸로 걸어갔던 것. 나는 똑똑한 아이니까 당연히 대성당 광장에 갔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제주도 곶자왈 아이 실종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의 히어로는 작은아이 아빠.


작은아이 아빠는 까미노를 거꾸로 달려서 여러 사람에게 아이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단서를 찾았고, 결국 대성당 4km 전 지점에서 아이를 발견했다.


나는 대성당 경찰서에 아이를 실종아동으로 등록하고, 대성당 광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아이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뒤졌다. 여자 선생님도 계속 뱅글뱅글 돌았고, 작은아이도 힘을 보탰다.


4km 전방 지점은 상상을 벗어난 범위다. 나는 거기까지 찾으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아는 큰아이는 반드시 대성당 광장 구석에 숨었거나, 적어도 대성당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확신>이란 확신의 배반을 위해 존재하는 법!


아이는 아주 먼 지점에서 내가 찾아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은 작은아이 아빠가 나타나서 자기를 대성당으로 안내한 것이다.


큰아이는 내가 자기를 찾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말한다. 섭섭함은 저녁 때까지 이어졌다.

암튼 작은아이 아빠의 신속 정확한 판단 아니었다면 오랫동안 아이를 찾지 못하고 서로 고생했을 것이다. 결과는 <참으로 다행>으로 끝났다.


묵시아로 이동했다. 난 묵시아 처음 방문이다.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몰타의 마사슬록 분위기와 똑닮았다. 


작은아이 가족은 묵시아 바닷가를 산책하고, 묵시아의 상징 <Pedra dos Cadris(돌덩이 두 개)>에 다녀왔다.


매우 영적인 장소로 수많은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나는 내일 아침에 일찍 다녀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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