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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an 07. 2020

사소하고 귀엽게, 작게 살아버리자.

귀여운게 최고야


이번 겨울. 많이 춥지 않은 대신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에 날이 자주 흐리고 불편한 감정들이 종종 마음을 괴롭힌다.


나를 나답게 하는 사람과 장소가 있는가 하면 불편한 감정들이 생기는 장소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로 발길을 옮기면 좋으련만 나에게 좋은 것만 선택하며 살 수는 없겠지?


출근을 하며 자꾸 괴로워지는 마음을 어떻게 할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사무실 내 책상에 앉자마자 친구에게 선물 받은 마카와 연습장을 꺼냈다. 그 종이에 작고 귀여운 복주머니 하나 그려 "실물로 진짜 복 받아"라며 동료들 손에 쥐어주니 잠깐이나마 웃었다. 평생 버리지 않겠다며 좋아하거나 지갑에 넣어 보이기도 해서 나도 괜히 즐거워진다.


내일도 모레도 괴로운 마음이 되곤 하겠지만 커피 한 잔, 작은 복주머니 하나, 그런 작은 것들로 불편함 감정들을 꾹꾹 눌러 모양을 일그러뜨린다. 사실 우리 마음을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은 아주 작고 귀여운, 그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쓸데없이 불편한 감정들이 생길 때마다 더 멋지고 대단한 방법만 찾고 있었다. 그런데 대단한 걸 좇으면 좇을수록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죽었다 깨나도 나는 이건희처럼 재력을 가질 수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김태희처럼 예뻐질 수 없고, 펭수가 있는 한 아무리 더 귀여운 펭귄 탈을 써봐야 펭수의 아류밖에 될 수 없다.


옛날이야 큰 꿈을 가져라, 한우물만 파라 그랬지, 지금 시대는 웬만하면 다 대단하고 대부분이 모두 특별한 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우리 크고 멋지게 살지 말고, 사소하고 귀엽게, 작게 살아버리자.


앙증맞은 복주머니가 유달리 귀여운 겨울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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