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도르 Aug 20. 2020

지금 해야 할 것은 준비운동

인생은 그냥 가는 것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는 한 마디 - JTBC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마흔, 사회적으로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어야 하는 나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나이, 진로를 고민하기엔 늦은 나이, 이직을 하기에 어려운 나이 등으로 불리는 시기이다. 나도 내 나이 마흔 즈음엔 이것저것 확실한 것들이 늘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 없는 채로 마흔은 온다. 내가 예상했던 평범한 미래들이 아쌀하게 빗나간 채로도 마흔은 온다. 보통이라 분류되는 영역 속으로 모두가 떠나고 나 혼자만 남는다 해도 마흔은 온다. 아직 나를 책임질 어떤 기반도 재산도 마련하지 못했지만 마흔은 마구 온다.


확실하고 똑 부러지고 시원시원하다던 내가 이랬다 저랬다 오락가락한다. 어제는 괜찮았다가 오늘은 악몽을 꾸기도 하고 어떤 날은 사서 절벽에 매달린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건지 알 길이 없다. 이렇게 마음이 시끌시끌한데도 여념 없이 얼굴은 오토 모드. 마흔이 되어가며 오락가락하는 나의 모습을 들키고 싶진 않아서 자동으로 내가 나를 지키게 된다. 출근과 동시에 어른스러운 선배 모드가 켜지며 어른 놀이를 하다가 퇴근길엔 시무룩, 시시하고 허무한  인생이라며 떼쓰는 어린아이로 돌아온다.


경력이 쌓여야 경력직으로 취직할 수 있는 것처럼 상응하는 경험이 쌓여야만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아한 싱글까진 아니지만 다만 기본값이라도 있어야 나이를 먹지. 물리적 시간 앞에 몸이야 조금씩 변해가곤 있지만 나 아직 그래도 마흔을 맞이하기엔 아쉬움과 미련이 태산 같다. 모두가 이런 마음일까, 궁금한 게 많아진다. 혹시나 나 혼자만 이런 거면, 나 혼자만 보통도 되지 못하는 거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 안정적 기반이나 경제력, 사회적 위치는커녕 마이너스에 마이너스인 채로 점점 마흔이 되고 있다. 마흔이 되는 만큼 무섭고 떨린다. 마흔의 하늘이라고 별다를 것이야 없겠지만 그래서 더 두렵다. 마흔에도, 마흔 하나에도 변함없이 혼자이고, 변함없이 오락가락하는 여전한 마이너스 인생일까 봐.


엄마랑 티브이를 보다가 내가 불쑥 “엄마 난 이제 어떻게 살지? 돈도 없고 집도 없고 남편, 자식은커녕 자전거도 한대 없는데. 이렇게 없는 사람도 마흔 먹어도 되나?”라고 물었다. 마침 티브이 속에는 성공했다 불리는 사십 대 싱글녀가 등장하고 있었다. 엄마는 욕인지 뭔지 모를 답변을 남기고선 졸리다며 방으로 가버렸다.


야 아무것도 없는데 나이도 안 먹으면 서러워서 어째 사노?
엄마가 니나이면 날아다니겠다.
마흔도 되는데 오십 안되겠나?
오십돼서 똑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지 말고
지금 해라 지금!
인생은 그냥 가는기다


뼈 때리는 데에는 엄마가 선수다. 인생은 그냥 가는 것. 그래 마흔이 대수냐, 나도 쉰이 될 수 있다. 그 생각을 미처 못했다. 50. 그 숫자를 생각하니 정신이 들었다. 삽십대의 깊은 골짜기에선 눈앞의 것과 사람들만 보느라 이 골짜기를 지나면 뭐가 나올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 두 다리로 깊고 깊은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산을 넘고 나서야 저 아래 펼쳐진 마흔의 바다가 보였다. 멈추고 쉬어도 되지만 인생은 어쨌든 앞으로 가는 거라는 말처럼 나는 저 바다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마흔의 바다 앞에서 지금은 조금 주저하는 것뿐, 마흔의 바다를 횡단하고 나면 나에게도 쉰이 올 것이다.


이 바다를 건너기 전에 어서 준비운동을 해야겠다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이전 02화 한 번 구두에서 내려온 여자는 다시 올라갈 수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