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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ul 31. 2020

이별을 알게 된 여름밤, 너에게

유학, 코로나바이러스, 결혼, 출산, 일, 퇴사, 죽음 등 많은 것들에 의해 우리의 인생은 변화를 맞이한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수많은 변화들 속에서 때로는 같은 길을 걷기도 하고 각자의 길을 찾기도 하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만남이 조금씩 깊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인생이  때쯤 단호하게 이별을 해야 한다는  암묵적으로 알게  여름밤 우리는 마흔의 코앞에  있었다. 지나온 이별들과 앞으로 겪게 될 새로운 이별들을 생각하며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멈추어 두루 살피는 나이, 마흔 말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하는데 40년을 나로 살아온 후에도 내가 가야 할 길을 모르는 것은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다. 이 두려움을 가장 깊이 끄덕여줄 사람은 같은 나이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너는 어떠냐고 너도 이렇게 초조하고 두렵냐고 친구는 물었다.


깊은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새로움도 변화도 아무것도 없이 마흔이 되기에 두려운 우리는 그 문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 딱히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이 없어 오랜만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각자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야 너에게 해야 했던 말들이 와르르 밀려왔다. 나는 너에게 이런 말들을 해주고 싶었다.


누가 무슨 짓을 해도 우리의 하루가 그로 인해 결정되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하자. 어떤 상황에 놓여도 그 상황 속에 빠지지 말고 옥상으로 올라가 관찰하자. '지금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답하자.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상황 속에서 나를 꺼내 주자.


무엇보다 중간중간 꼭 쉬어주도록 하자. 마음 주변의 근육은 단단하게, 마음은 말랑하게 유지해야 하니까. 어느 영화에서 말랑한 마음이 낭만을 만든다고 하더라. 낭만이 없으면 인생이 빨리 말라 버린다나.


나의 낭만은 오른쪽 책상 서랍에 숨겨둔 초콜릿과 맥주 한 캔이야. 꺼내먹어도 좋고 그냥 열어서 잘 있는지 보기만 해도 좋은 그런 거 말이야. 좋은 기억도 그렇게 넣어 놓고 언제든 열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삼십 대 깊은 골짜기를 지나 더 큰 산 앞에 서있는 기분, 두렵지 않은 게 이상하지. 내 서랍 속 초콜릿 같은 좋은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도 아쉽고 공허해.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조금 단단해진 것 같아. 두려울 땐 몸을 움츠리고 감사하고 미안하다고 상황에 따라 말할 줄 알게 된 것, 난 그것만으로 예전의 우리보다 조금 단단해진 기분이거든.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이제 아주 조금 알 것 같지 않아? 마냥 싫고 끔찍했던 나이 앞에서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네가 있어서 든든해. 허세 부릴 열정은 이제 다 식었으니 또 무서워지면 이렇게 만나 이야기하면서 맛있는 저녁을 먹자. 그때만큼은 딸도 아닌 유부녀도 아닌 그냥 각자로써 말이야.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런 거 아니겠어?


네가 한 말이 마음에 남는다. 이별을 하며 산다는 게 이제 뭔지 알겠는데, 또 한편으론 이제야 뭔가를 아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흔이란 나이와 달리 우린 아직 더 즐길 수 있고 뭐든 더 해볼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 예전보다 줄어든 무모함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늘겠지만 그만큼 예전엔 없었던 각자의 경험치가 우리의 무기가 될 테니까.


확실하게 예상해볼 수 있는 건 앞으로 더 많은 이별을 하고 살게 될 거라는 것뿐이라는 게 짠하고 짠하다. 이제 더 늘어날 잦고 큰 이별에 슬퍼질 때가 많더라도 지금처럼 주저앉지는 말자. 공허하고 지친 마음이 될 때가 많겠지만 소중한 것에 집중하고 마음을 편안히 가질 수 있는 우리의 단단한 사십 대를 기대해 본다.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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