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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Mar 28. 2018

오천만원을 못 모아도 빛나는 존재

그냥 나로서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 생각속 걱정과 고민거리의 생명력은 힘이 세서 나의 기운을 자양분 삼아 무기력과 의욕저하 라는 꽃을 피운다. 그 꽃의 향기에는 자기비하의 냄새가 난다. 그 지독한 냄새에 가끔 정신을 차리고 그 꽃을 더이상 피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을 선택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걸으면 지금 나오는 노래가사와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집중하게 되는것 같아서. 


집에만 있으면 밥 세 끼는 맛있게 얻어먹을수 있다. 아무리 별볼일 없는 딸이라도 엄마는 밥은 제때 챙겨 먹여 놓고 때로는 한탄, 때로는 불만, 때로는 관용의 마음을 가지고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그 세끼 밥에 때로는 체하기도 한다. 


우리 부모님은 그 시절을 보낸 여느 부모가 그렇듯 대한민국의 일반적 상식과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 삼십대가 되면서 자식은 부모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것을 알게 되었고, 부모님 세대의 뿌리깊은 편견과 상식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해는 그냥 흘려듣고 넘어가는 것 이었다. 세 끼 밥을 챙긴다는것은 그런 시대를 살아낸 엄마가 표현하는 애정의 상징 이라는것을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밥이 중요하지 않다. 어른들은 왜 그렇게 세 끼 밥에 집착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여섯번째 백수생활을 엄마와 하루종일 보내게 된 나는 집이 때때로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가족 내면에 뿌리박힌  '대한민국의 나이별 규격에 맞는 삶을 살지 않으면 부끄러운 삶' 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잘난딸의 규격에 못미치는 나는 늘 내 자신이 부족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친척언니 오빠들, 엄친딸 엄친아들은 모두 IN서울 일류대학들을 나왔으며 간호장교, 기계공학박사, 약사, 의사, 변호사, 제일 낮은 계급이 대기업 직원이다. 어떻게 이런 우연(운명)이 있단 말인가!! 그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돌이켜보니 나는 한번도 내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할만한 순간이 없었다. 자랑스럽기는 커녕 친척인 이모에게 조차도 내가 번듯한 직업이나 벌이를 가진 조카가 아니어서 맞선 주선 대상에서 탈락되기도 했다.


말은 항상 “대기업 다니는 게 무슨 소용이냐. 나는 우리 딸이 최고다”라고 하시지만, 진심은 늘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튀어나온다. "서른일곱 정도면 오천만원은 모았어야 될 나이 아냐? 아빠 친구 딸은 초등학교 교사 돼서 그렇게 알뜰하게 돈을 모아 벌써 일억이래" "엄마는 그냥 나가면 입 다물어. 자식 얘기나 떠들고 그런 거 싫어서" 


가끔은 부모님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내가 상처를 받아오며 살았다는 사실을 여섯번째 백수로, 엄마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며, 왜 집이 지옥인지에 대해 생각하다, 아니 맛있는 아침밥을 먹다가 이제야 알게 되다니. 넘어져버린 도미노 한조각처럼 모든 생각들이 주루룩 차례대로 넘어지며 내가 버텨냈던 모든 시간들이 선명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을 이제는 너무도 잘 이해한다. 그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런 시절을 살아왔을 부모님의 마음이 너무도 선명하게 잘 이해가 된다. 나도 그런 시대를 이해하고 사는 삼십대가 되었으므로. 그렇지만 이제 더이상 그런 딸로 살기가 싫어졌다.


이제는 나 혼자 있는 공간으로 자주 나오려고 한다. 자주 걷는다. 천천히 걸으며 음악과 풍경에 집중하면 관찰을 하게 된다. 봄을 맞이해 새로운 새싹들이 많이 돋아나고 있었다. 공원에는 팻말이 있는 싹들도 있지만, 싹은 모두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고 멀리서 보면 그저 다 같은 초록초록한 싹이어서 팻말이 없으면 보라색 꽃이 될지 나무가 될지 줄기가 될지 그대로 싹에서 끝날지 알수가 없다. 책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그렇게 뒤섞여 뿌려도 쑥갓은 쑥갓으로 자라나고 청경채는 청경채로 자라나고 유채는 유채로 자라나잖아요.우리네 같은 보잘것 없는 인간은 사상적으로 타협해서 유채를 심었는데 쑥갓으로 커버린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쑥갓이 청경채가 될 수 없듯, 나는 그저 이렇게 태어난 나로서 그 어떤 사람이 되든 어떤 인생을 살든 어차피 나대로 살게 될 뿐인데 왜 사회의 기준에 맞춰진 엄친딸들에 빗대어 기죽고 쪼그라드는 시간을 보내왔을까?


지금까지 나의 선택은 물론 모두 나의 선택이었지만 마음속 한켠에는 항상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있었던것 같다. " 되서 보여줘야 "라는 돌덩이아마도 모든  선택에는  돌덩이의 무게가 조금쯤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나는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었던 거였다.


내가 아무리 팀장이 되어봤자 기계공학박사가 되어 벌써 번듯한 가정을 꾸린 엄마친구 아들보다는 못하고, 내가 아무리 손재주가 많아 용돈벌이를 해도 착실하게 대기업 은행을 다니다가 좋은집에 시집간 사촌언니에 빗대면 쭈글쭈글한 결혼못한 노처녀이고, 내가 아무리지금은 2 전진을 위한 1 후퇴라고 근사하게 포장해도 결국은 학벌 낮은 능력없는 백수 노처녀. 그런 내가 마음에 들 리가 있나. 나는 이런 나밖에 못된 내가 항상 싫었고, 원망스러웠으며, 무슨 노력을 해봐야 늘 뒤쳐지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런 욕심들에 항상 못미쳐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라고 항상 나의 삶을 잘못된 걸로 생각해 왔었다


이렇게 내가 나를 잘못된 인생으로 몰아가는데회사라는 공간에서의 비난이 가볍게 들릴리가 없었던  같다그래서 추측해 보건데 나는 작은 일에 쉽게 지쳤고나를 질책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크게 반응했고굳이 마음에  필요가 없는 그들을  마음속 돌덩이 위에 하나 하나 쌓아 올리고는 점점 무거워지는 무게에 지쳐만 갔던것 같다. 



그래서 이제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으려 한다.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나는 빛나는 사람이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잘못된 방법이나 욕심들을 다 내려놓아야 겠다.


나도 빛나는 존재가 되고싶다. 지금  모습 그대로 자랑스러운 친구자랑하고 싶은 딸이 되고 싶다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방해 했던 마음의 무거운 돌덩이들을 이제 내려놓으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가는 길마다 '오 좋은 길이야!', 내존재 자체만으로도 '난 정말 멋진데!' 라고 말 해주고 싶다.  

더불어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 그 존재만으로도 꼭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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