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땔감
일상이라 정의되는 "지금"의 궤도에서 벗어나는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오랜 시간 회사원으로만 살아오며 알게 되었다. 결국 정신적인 벼랑끝에 매달려서야 '나는 이제 더이상 이 벼랑에 매달려 있을 힘이 없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힘겹게 벼랑을 잡고있는 이 손을 놓아야만 했다.
권세를 떨칠수 있는 높은자리에 올라가는것도 나에게는 매력이 없었다. 워낙에 좋은 상사, 좋은 어른을 구경하지 못해서 그런지 나도 이렇게 가다간 누군가의 선한 마음에 눈물의 씨앗을 던지는 악덕한 사람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헬조선에서 여자가 15년간의 회사생활을 한건 나로서는 최선이었고, 용기였으며, 더 이상 태울 불씨가 남아있지 않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였다. 아니 이제 더이상은 열정이라는 화로에서 잘 타는 땔감으로 살기가 싫었다.
벼랑끝에 매달려서도 한자락 불씨가 되고자 면접을 본 상황에서 면접관이 물었다.
"경력이 많으신데 아직도 신입같은 열정의 불씨가 남아 있으신가요?"
실소가 터졌다. '지금 나한테 불씨라고 말 했는가?' '나에게 더 나를 태우라 말하는가?'
나는 대답했다.
저는 재가 되기 싫습니다
그렇게 불타오르다 재가되지.
제발 좀 태우라 말하지 마라. 그리고 태우겠다 말하지 마라. 열정은 불씨가 아니다. 뜨거운 마음은 태우는게 아니라 차가움을 녹이는데 쓰자.
우리 이제 재가 되지는 말자.
아도르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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