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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May 16. 2018

관계를 환불하고 싶은 직장동료

상처주는 방법을 모색하지는 말자




퇴사를 며칠 앞둔 어느날 퇴근 무렵 김대리가 5개의 스타벅스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내 퇴사에 대한 결심에 지대한 공을 세운 그녀였기에 몇 번이나 이름을 확인했다. 수많은 날의 점심시간을 함께한 커피정은 있는건지 어쩐 건지, 아무튼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의외의 선물이었다.






사람과 사람사이, 살다보면 당연히 사과할 일도 생기고 때로는 변명도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과란 나의 입장이 빠진, 오로지 '미안한 마음'에 집중한 표현 이라고 생각했기에 커피 다섯잔에 딸려온 본인의 입장에 관한 변명 따위에 그렇게 감동하진 못했다. 하지만 커피는 무슨 죄가 있는가, 마침 약속도 있어 근처 스타벅스로 갔다. 정신이 없어 카카오톡만 간단히 확인 했어서 그래도 감사의 인사는 보내야지 하던 찰나, 스타벅스 직원의 친절한 안내가 들려왔다.



고객님 환불되신 쿠폰 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선물함의 이력은 남는다



일단은 너무 웃기고 황당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김대리 덕분에 이미 선물한 기프티콘의 성질을 띈 어떤 존재가 환불이 된다는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줬다 뺏는 이 정체모를 행동에 대한 의중이 몹시 궁금했다. 나는 살면서 이런 일을 대체 얼마나 겪을까,,,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노력대비 효율이 가장 큰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퇴사한 그 회사는 작은 에이전시로, 회사의 규칙이라는것은 그저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말을 바꾸면 되는 주먹구구식 허울이었다. 특히 김대리는 젊은 꼰대의 표본으로 '종이컵이 놓여진 방향' 같은 시답잖은 것으로도 아래직원을 들볶는 존재였다. 젊은 꼰대의 무서움을 입사 하루만에 직감한 뉴페이스인 나는 그 누구와도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조용히 지냈고 나름대로 그들과 잘 섞였다고 생각했지만 막내직원의 퇴사로 인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작은 조직에서도 파벌은 존재했고 나는 그런 사람들과 작은 공간에서 미래를 함께하기 싫었다. 특히 김대리의 대적인 행동들은 어떨때는 나눠 마시는 공기조차 아까울 만큼 치가 떨리게 만들었다. 그런 내 퇴사의 중심에 있는 김대리가 나에게 보낸 마지막 한방은 나로 하여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게 만들었다. 아파해야 하는지,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가서 따지기라도 해야하는지 말이다.


그래, 보내놓고 아까울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보내놓고 환불을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많은 지인들이 왜 따져묻지 않았냐고 하지만 선물을 보낸 장본인에게 "왜 주다가 말았어?"하기도 그렇고 그때의 나는 직장에도 따돌림 같은것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대상이 나라는 것에 충격을 받고 지쳐 있는 상태여서 어떤 대처를 해야하는지 잘 판단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게 다음날 출근을 했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안녕하세요, 과장님”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김대리를 보자 충격과 공포가 더해져 하루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사람이 뻔뻔하려면 저렇게 뻔뻔한 거구나. 하고 소름이 돋았고 뭔가 설명하지 않는 김대리에게 나는 그야말로 질려서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상처를 주기위해 돌려받을 선물을 구입하다니,

아무리 밉고 싫어도 꼭 이런 방법으로 오랜 시간의 관계를 마무리 해야 했을까 싶다. 나는 나와 잘 맞지 않아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신 수십잔의 커피정이라도 쌓였을줄 알았다. 인간관계가 돈으로 환산된다면 나는 김대리와의 관계를 환불받고 싶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굳이 부지런하게 모색해서 타인에게 상처는 주지 말자. 




아도르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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