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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n 15. 2020

결혼의 첫단계_양가 인사와 상견례

서른 셋. 뜨거웠던 한여름. 이제 슬슬 친구들의 결혼식 소식보다 돌잔치 초대장과 부고가 늘어나고 있던 그 시기.


'이번 소개팅이 내 인생의 마지막 소개팅이다. 이제 더 이상은 판에 박힌 자기소개 따위나 늘어놓는 자린 더이상 나가지 않을거야!'라는 마음을 먹고 나갔던 자리에 '아, 이 사람과 내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 싶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착한 며느리병.

그 땐 예비 며느리였지만 어쩌면 대한민국 모든 며느리들이 앓고 있는 이 지독한 병은 이미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때 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을 약속하게 되면 맞이하게 되는 가장 첫번째 관문은 양가 인사와 상견례였습니다.

이 두 절차를 거쳐야 드디어 '연애중'이 아닌 '결혼 준비중'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었거든요.




*양가 인사


오랜 연애를 해서 이미 양쪽 집안을 드나드는 사이다 - > 양가 인사 생략이겠지만 보통은 연애 단계에 학생때 마냥 서로의 집에 가서 놀지 않으니 가장 먼저 결혼하기로 한 상대를 부모님께 인사시키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양쪽 집 방문 순서는 중요하지 않으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각 집안의 새로운 식구가 될 사람이 인사하는 자리이니 중요한 손님맞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이 절차를 별로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집들이 꽤 있더라고요.


1. 식사 메뉴는 정성을 포함해 주세요.


집에 인사를 올 때 식사는 양쪽 어머니들이 준비하는 부분이라 뭘 어떻게 하시라고 얘기하긴 애매하지만 꽤 많은 경우 우리집은 상다리가 부러져라 진수성찬 차려줬는데 상대방 집에 인사갔더니 삼겹살을 구웠다더라, 너무 성의없이 식사대접을 해주더라 같은 류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인사한다고 잘 차려입고 갔는데 기름 튀는 삼겹살은 저라도 싫었을 것 같네요.


새 가족이 될 사람이 정식으로 인사를 왔고, 사전에 이미 날짜 조정을 충분히 한 상태인데 식사를 대충 준비했다면? 당사자는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집에서 식사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외부 좋은 식당에서 식사하고 집에서 간단히 다과와 차만 하는 정도로 하는게 낫습니다. 어쨌든 부모님과 내 배우자 될 사람이 처음으로 인사하는 자리고 상대방 집에 방문하는 것은 인사를 하기 위해서니까 서로 격식을 차리는게 맞습니다.


굳이 고급 음식이 아니더라도 귀한 손님에게 정성을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한데, 인사 갔을 때 푸대접 받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고급 음식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태도 때문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식사 메뉴 선정


식사 메뉴 선정시 미리 맞이할 손님의 좋아하는 음식 여부, 음식 알레르기 여부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데 해물탕에 꽃게랑 새우가 잔뜩 들어있는 음식이 나왔다. 아니면 날음식을 잘 못먹는다 했는데 우리집이 바닷가라 식탁에 온통 날음식 천국이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데 후식으로 복숭아를 내줬다. 이럼 곤란하겠죠.


그리고 농담으로라도 못먹는 음식 먹으라고 하지 마세요. 그런 강요 해서 좋을 것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알레르기 있는 음식 먹으라고 하지 마세요. 응급실 실려가기 때문에 못 먹는겁니다.


3. 선물은 꼭 준비하세요.


초대받은 쪽에서는 남의 집에 가는데 빈 손으로 가지 마세요. 방문객 입장에서는 간단한 선물은 준비해 가는 것이 예의입니다. 간단한 케이크나 음료수 또는 과일. 아니면 꽃다발 같은것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남의 집에 처음 가는데 빈 손으로 가면 가정교육 이야기 나옵니다. 그냥 편하게 와라 해도 그거 그냥 하는 소리인거 다 아시죠?




*상견례


결혼 당사자들이 양가에 인사가 끝나면 이제 우리 부모님과 배우자 될 사람의 부모님이 서로 인사를 하셔야 합니다. 물론 양가 인사 단계에서 어느 한쪽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 까지 이 결혼 절대 반대다!!' 하지 않아야 겠지만요.  


1. 상견례 장소와 시간


미묘한 기싸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바로 상견례 장소와 시간 선정 때문이에요. 여기서부터 양쪽 부모님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하면 예비부부는 이때부터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모두가 같은 지역에 살고 계신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어느 한 집이 지방이고 한쪽이 서울이다. 또는 각 집이 서로 다른 지방인 경우 가능하면 중간에서 만나거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상견례 전문 식당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한 쪽에서 고집 부려서 상대방을 자기 지역으로 이동시켰다면 먼 걸음 하신 것에 대해서 인사를 꼭 하고 밥값은 이동을 요청한 쪽에서 다 내는 것이 맞습니다.


저는 상견례 때 시댁에서 시댁 가까운 쪽 식당을 상의도 없이 통보하다시피 알려주셨어요. 그것 때문에 저희 부모님이  언짢아 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도심에 있는 식당을 생각중이셨는데. "거기 싫으면 장소 바꾸자고할게." 했더니 엄마의 멘트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딸 가진 죄인이다. 그냥 거기로 해라' 라고 하셨던... 


이런식으로 장소와 날짜 선정 할 때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의견 절충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계속된 거절로 양쪽 집끼리 핑퐁 오가면 (ex.우리집은 그날은 뭐가 있어서 안된다, 우리집은 저날 뭐가 있어서 안된다. 우리집은 이 식당은 안된다 뭐 이런것들) 서로 감정이 상하기 때문에 가운데에서 예비부부들이 엄청 힘듭니다. 보통 예비부부 시간에 맞추느라 주말에 상견례를 하게 되는데 한쪽집에서 계속 뭐가 안된다 이렇게 할거다 고집을 부리면 다른 집에서는 저 집이 우리집 무시하나? 이런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2. 상견례에서 논의 할 이야기


예전에야 상견례 자리에서 결혼식 날짜도 정하고 신혼집도 정했다지만 요즘에는 상견례 자리에 와서 이런거 논의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들은 결혼식까지 가기 어렵습니다. 이런 얘기는 어느정도 예비부부 선에서 정리 끝낸 뒤에 부모님을 상견례 자리에 모시도록 하는게 낫습니다.


가뜩이나 서로 불편하고 어려운 자리에서 부모님들끼리 저런 민감한 얘기 꺼내기 시작하면 서로 감정 상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사전에 어느정도 다 정리하고 상견례 자리에서는 인사와 식사만 하시는 것이 모두가 평화롭습니다.


3. 상견례 멤버


상견례는 양가 부모님이 인사하시는 격식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기본 멤버는 양가 부모님 + 예비부부 의 조합으로 식사하는 것입니다. 상견례 전용 식당들이 다 고급 한정식집인 것을 보면 상견례의 분위기가 어떤지 알 수 있죠.


근데 간혹 상견례 자리에 자기 식구들 다 데려와서 식사하려고 하는 집이 있습니다. 절대 그러지마세요. 어떤 분들은 아이가 있으면 분위기가 좀 편안해지니 어쩌니 하면서 며느리에 손주까지 다 데려오게 만드는데 상견례가 어떤 자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양가 부모님 첫 인사자리는 가족들 몽땅 다 나와서 왁자지껄하게 밥먹는 자리가 아닙니다.


가족들 끼린 따로 식사할 기회가 많이 있는데 굳이 상견례 자리에 온 가족 총출동시키는 집이라면 글쎄요. 밥먹을 기회가 저리 없는 집안인가? 싶은 생각이 들 법합니다.


4. 복장


상견례에 뭐 입고 가요? 라는 질문이 많은데 정장 입으세요. 상견례 자리는 굉장히 격식있는 자리고 한 가정이 탄생하기 위해서 그 예비부부와 각 부모님들끼리 인사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중요한 분 결혼식에 입고 가는지 생각해 보시고 그 복장을 하면 됩니다. 중요한 행사에 티셔츠에 운동화 신고 간다는 사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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