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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n 16. 2020

신혼집 마련, 그 험난한 길

등기부 등본. 그 위험한 서류에 대하여.

예비 부부가 맞닥뜨리는 가장 큰 난관. 둘이 오붓하게 신혼 생활을 만들어 나갈 우리의 아늑한 신혼집 구하기 입니다. 많은 예비부부들이 이 집 문제 때문에 헤어지기도 하고 결혼을 미루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생활 반경이 서울 및 수도권, 지방 대도시라면 집 구하는 것이 진짜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아파트는 몇몇 정부 정책을 거치면서 평당 몇천을 호가하는 것이 현실이고 살만한 집 들어가려면 억!억! 소리가 나는 돈을 지불해야 하죠. 제가 결혼한 시점보다 집값은 3~4배 이상 뛴 것 같아요. 미리 아파트를 샀어야 했는데..ㅠㅠ


주거 안정이 되지 않으면 결혼율, 출산율이 팍팍 떨어질 거라는 예언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공공 임대주택을 그렇게 늘리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친한 동생이 결혼과 동시에 행복 주택에 당첨이 되어 집들이에 초대받아 갔는데 정말 많은 신혼부부들이 그곳에 입주했다고 했더라고요. 규모도 청 컸거든요. 1호 행복주택이라 대통령도 방문하고 뉴스에 나고 그랬던 곳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임신과 출산의 순서를 밟아 가는 과정에서 동시에 입주한 신혼부부들도 같은 절차를 밟아갔겠죠. 1~2년 뒤 다시 방문한 동생의 집 근처에는 어린이집, 유아 용품 렌탈가게 등등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주거의 안정이 출산율에 끼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부모님들이 부자여서 자식들이 살 신혼집을 마련해주시는 경우들 있습니다. 아니면 지원을 빵빵하게 해 주셔서 집값 부담을 확 덜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러나 대부분 구리 수저 또는 흙수저 들이라 아껴서 모은 돈 꼬깃꼬깃 털어서 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당겨 간신히 월세나 전셋집 마련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모님 세대 때는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알뜰살뜰 살면 새 아파트 샀다던데, 저희는 그런 세대가 아니에요. 알뜰살뜰 살면 계속 그렇게 살게 되는 세대죠.


어쨌든 팍팍한 이 세상에서 나의 반쪽을 힘들게 찾았는데 이 대한민국 하늘 아래 우리 둘이 누울 자리 하나 구하는 것이 이렇게 비싸고 힘든 일일 줄이야. 이놈의 집 때문에 예단 문제도 발생하고, 결혼 준비하다가 싸우고, 집 보러 다니다가 싸우고 합니다.


집 구할 때의 법칙이 있습니다. 내가 맘에 드는 집은 돈이 안 맞고, 돈에 맞는 집은 내 마음에 안 들고. 괜찮은 집을 이제 구한 것 같아서 명의를 설정하려다 보니, 나는 얼마 냈고 너는 이만큼 밖에 못 냈으니 공동명의는 좀 그렇지 않아? 하면서 싸우게 되고. 아... 돈문제는 진짜 사람 치사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금액별 지분으로 공동명의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싸우지 마세요.




각자 영혼까지 털어서 풀 대출을 땡겨서 힘을 합쳐서 집을 마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둘 다 집이 있어서 양도세 면제기간 문제 고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오늘은 어느 한쪽에서 이미 집이 있거나 집을 준비하는 경우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결혼도 늦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결혼하는 추세다 보니 결혼을 준비하는 시점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자가든 전세든 독립해서 사는 경우들이 많은거죠. 일부는 부모님이 투자 목적으로 자식들 명의로 집을 해준 집들도 있고요. 이렇게 나와서 살고 있다가 이 집을 신혼집으로 하는 경우들도 꽤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투자처 1순위가 은행 예적금도 아니고 주식도 아니고 바로 부동산입니다. 집 값이 뛰는 속도는 임금상승률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재테크에 눈뜬 분들은 부동산에 투자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갭 투자가 그렇게 많나 봅니다.


행복하게 살 신혼집이 미리 마련되어 있으니 결혼의 큰 고비 하나는 쉽게 넘어갔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얼마 전에 제가 요즘 심심하면 들여다보는 블라인드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남친이 자기 5억짜리 집 있다고 하도 자랑해서 등기부등본을 몰래 떼 봤더니 대출이 2억이더라. 이게 무슨 자기 집이 5억짜리냐. 3억이지.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요즘 집값 오르는 추세로 봐서는 대출금 2억은 커버치고도 남았을 상황입니다. 물론 전세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전세라 한들 3억이 자본금이니 적은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런 바보 같은 글은 종종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옵니다. '예비 배우자가 얼마짜리 집이 있다고 했는데 등기부등본을 몰래 떼어봤더니 대출이 얼마더라. 이게 집을 해온 거냐'  


실제로도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연애의 참견이라는TV 프로그램에 비슷한 사연이 방송 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상대방 집에 대출이 얼마 껴있는지 궁금할 수 있어요. 결혼하면 같이 갚아야 될 테니. 그런데 상대방이 집을 준비했는데 왜 몰래 등기부등본을 떼보는 걸까요? 배우자 될 사람에게 집에 대출이 얼마 들어갔는지 직접 물어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말이에요.


등기부등본을 떼 봤다는 것은 당신은 이미 상대방에 대해 믿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등기부는 주소만 알면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픈된 정보라고, 몇백 원 주면 볼 수 있는 공공정보라고 하는데 이게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 집을 거래하려는 것이 아니잖아요. 보통 등기부는 전월세나 매매할 때 부동산에서 뗍니다. 당신이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몰래 등기부를 뗀 순간 이미 부부간의 신뢰는 깨졌습니다.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그냥 직접 물어보세요.

 

그리고 등기부등본의 ㄷ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추가로 설명해 드릴게요.


등기부등본의 을구


내가 부자라서 집을 전액 현찰로 지불하고 다 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대한민국에 그렇게 현찰 부자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대부분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구매하게 됩니다. 이때 은행은 집 담보가액과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보고 대출을 승인해 줍니다. 은행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거든요. 이래서 대출도 능력이라는 말이 나오는 듯... 은행 대출을 사용한 경우 등기부등본 을구에 채권 은행명(대출 실행한 은행)/근저당 금액/대출 실행 날짜가 등기부등본에 기재됩니다. 여기에서 근저당 금액은 대출금액이 아닌 대출 실행액의 120%가 기재됩니다.  


그리고 내가 은행에 대출금을 꾸준히 상환을 했는데 다 상환해서 말소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등기부등본에는 최초 설정 금액만 나옵니다.  


예를 들면 내가 1억 원을 30년 상환으로 XX 은행에 연이율 몇 프로로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매한다 칩시다.

이 경우 등기부등본 을구에는 채권은행 XX 은행. 근저당금액 1억 2천(120% 금액). 대출 실행 일자가 표시가 되죠. 이후 원리금 상환을 꼬박꼬박 하고 한 3년 정도 지나고(원금은 약 천만 원 정도 상환했겠죠?) 목돈이 좀 생겨서 5천을 상환했습니다. 그럼 약 4천 정도 대출금이 남아있겠네요. 하지만 등기부에는 대출이 4천 남았다고 표시되지 않습니다. 그냥 최초 근저당 금액이 표기되어 있을 뿐. 1억 2천.


그래서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하는 겁니다.

 



결혼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서로 믿지 못해서 뒤로 몰래 서류 떼보는 관계가 어떻게 부부관계가 되며 앞으로 몇십년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이런 부분으로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면 그 뒤도 맞춰나가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사이트 접속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열람비 700원은 작은 돈이지만 그 후폭풍은 작지 않을 거니까요.


상대방에게 대출금액도 묻지 못할 상태에서 결정한 결혼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고, 상대방이 대출 금액을 속여서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거짓말쟁이를 배우자로 고른 사람의 문제입니다.


위 방송 사례와 관련하여 부동산쇼에서 언급한 영상 첨부할게요. 시간 나면 보세요~

https://tv.naver.com/v/12601533?t=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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