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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n 15. 2020

너의 재산이 궁금해

너의 재산이 궁금해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양가 인사와 상견례가 끝났다면 결혼의 최대 관문 '재산 오픈' 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두 성인이 만나서 한 가정을 꾸리려면 그동안 모아왔던 각자의 재산을 오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예비부부들이 틀어집니다. 돈얘기 나오면 치사해진다고 하니까요.


요즘은 각자 번 돈 각자 쓰고 생활비만 공동지출하는 형태로 사는 경우도 많은데 시작은 이렇게 한다 한들 나중에 아이 생기고 육아하고 하면서 니돈 내돈 개념을 정립하기가 좀 애매해집니다. 임신, 출산, 육아를 어떻게 돈으로 환산하면 될까요?


인간 관계에서 돈 이야기 나오기 시작해서 좋은 경우 별로 못본 것 같습니다. 친구끼리도 돈 거래 하면 의절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는데 하물며 이제 부부가 될 사람들끼리 금전으로 첨예하게 대립해야 할 시기가 온다는 것은 서로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더 힘듭니다. 아마도 각자 재정상태를 공개하는 것이 결혼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싸움 요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돈 얘기 하면 바닥 다 본거나 마찬가지인데 결혼준비 과정은 전부 돈돈돈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은 결혼 전이기 때문에 일단 결혼 준비 비용은 반반 하는것이 일반적입니다.


각자의 경제상황을 공개하기로 했을 때 주의사항 몇가지 짚어드릴게요. 각자 각출해서 살기로 한 분들은 알아서 그때그때 돈 잘 분배해서 내시면 됩니다.


1. 서로 급여, 저축액, 근로 외 소득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기


각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오픈하는 것이 첫번째. 그리고 그동안 저축해 온 금액을 공유합니다.


집값이 억억억을 우습게 부르는데 이 와중에 신혼집 구하려면 각자 재산 사정을 열어놓아야 얼마짜리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월세를 할지, 전세를 할지, 매매를 할지, 대출을 얼마나 실행할 수 있을지 정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매달 들어오는 수입을 공유해야 앞으로 살림을 합쳤을 때 생활 계획을 짜기에 수월합니다. 자금관리는 돈 관리를 잘하는 한사람이 하는 것이 좋겠죠? 저는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쓰는 기분파여서 꼼꼼한 남편이 가계부 관리를 니다.


2. 각자 모은 돈으로 타박하지 않기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 그거밖에 못 모았냐' 라는 얘기는 해봐야 이제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런 얘기 해서 서로 감정 상하게 해봐야 없는 돈이 갑자기 생기는건 아니잖아요?


소비 패턴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제부터라도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주식이나 도박으로 큰 돈을 날려서 돈이 없는 경우는 결혼을 재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과소비가 아니라 본가가 어려워서 그간 모은 돈이 다 들어갔다 하는 경우는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이 내용을 알려야 합니다. 결혼 후에도 고정적으로 지출이 발생해야 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두사람이 논의해서 결정해야 하니까요.


3. 부모님이 주신 재산에 소유권 행사하지 말기


부모님이 부자라서 결혼하는 자식들한테 시작 시점부터 서울 중심부에 아파트가 마련 되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시 이 집에 대출이 껴있어서 내가 모은 돈으로 결혼 시점에 금액을 어느정도 상환했다라면 그 금액별 비율로 공동명의를 설정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결혼했으니깐 공동명의 해달라고 하지 마세요.


명의 변경시 증여세가 발생합니다. 현재기준 부부간은 10년내 집값 6억 이하, 직계존비속은 5천 이하만 증여세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세금의 경우는 워낙 케이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한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댓글로 알려주신 분 말씀 따라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면에 부모님이 재산을 준다고는 하셨는데 언제 줄지 모른다. 이건 아예 원래부터 없는 재산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기혼자들에게 유명한 명언이 있죠. '결혼식 전에 니 손에 쥐고 있지 않은 건 앞으로도 니 것이 아니다.' 결혼 때 내 것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세요.


가끔 재산을 주겠다고 하면서 예비부부의 자산 상황에 위기를 만드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효도나 대접이 받고싶어서 언제 줄 지 계획도 세우지 않은 돈으로 자식들 가계에 폭탄을 던지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주신다고 해서 거기에 맞춰서 지출계획을 짰다가 어그러져서 파혼하는 경우, 심심찮게 있습니다.

 

4. 비자금 만들지 말기


부부가 되기로 한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평생을 가기로 약속 한 것인데 뒤로 돈 만들어서 쓰는 것은 신뢰를 깨는 행동입니다. 상대방이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떤 기분일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간혹 여성분들 중에 결혼하고 나면 집에 용돈 주기 어렵다며 모은 돈을 집에다 주고 결혼한다는 사람들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선 여자가 결혼하면 손해라는 논리에 입각한 행동인 것 같은데.... 뭐 이 멘트에는 동의하는 바이긴 하지만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봤을 때 서로 기분 나쁠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5. 감춰둔 빚은 사기 결혼


이건 100% 사기결혼입니다. 카드빚, 주식빚, 학자금대출 등등 다 포함됩니다. 어차피 배우자는 당신의 빚을 같이 갚아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빚이 감당 못할 상황이고 감춰야 될 상황이면 결혼을 안하는 것이 맞겠죠.




이 재산 공개 과정에서 상대방의 연봉, 모은 자산 등을 자기 부모님한테 밝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런 것을 이야기 하면 그 부모님은 그 사람을 그 돈으로 평가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니까요.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자가 많이 모아놨다 하면 내 아들, 우리 집안 무시할까 걱정, 적게 모았다 하면 그동안 뭐하고 살았길래 저거밖에 못 모았냐 타박 일어나가 쉽습니다. 이상하게 며느리는 돈을 잘 벌어도 걱정, 못 벌어도 걱정인 대상이더라고요. 사위가 많이 번다고 해서 뭐라하는 처갓집은 못봤는데 꼭 여자가 잘나면 문제가 됩니다. 내 아들 무시할까 전전긍긍 하시더라고요. 며느라기에서도 시어머니가 "사린이가 우리 구영이보다 더 버는건 아니겠지?" 라고 하더군요. 참 희한한 결혼의 세계입니다.


적지 않은 기간 결혼생활을 해 본 결과 부부가 되면 통장을 합치는 것이 재산 관리에 더 이익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지출이나 이런 것들이 한 눈에 보이니 관리하기 좋고, 상대방 눈치보여서 돈을 더 못쓰기도 합니다. 돈을 어느정도 모으겠다, 얼만큼 돈을 모아서 집을 넓히겠다, 차를 바꾸겠다 라는 공동의 목표가 생겨서 같이 달려나가면 시너지 효과도 나니까요.


부부는 일심동체라죠. 함께 열심히 모아서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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