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나의 장래희망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었다. 그냥 그 당시 젤 선호되는 직업군을 적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교사,공무원 같은 직업군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랑 맞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지나서 30대가 되자 이제는 사람들이 장래희망이 진짜 꿈이 되어버려서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 걸 자주 목격한다. 그러나 난 내 장래희망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 안날정도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평생 꿈없이 살다가 30대가 되어서야 꿈이 생겼다. 현실성도 아주 작은 꿈. 아무도 원하지 않는 꿈.
작가로서 사는 건 어때요?
사람들은 나에게 가끔 물어본다. 작가로서 사는 건 어떤지, 작가는 무엇을 하며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사실 그들은 딱히 작가의 인생에 대해 궁금한게 많지 않다. 왜냐하면 작가가 되보고 싶은적도 꿈꿔본적도 없으며 선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주 소수만 꿈꾸는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주변에 흔하지 않은 작가로 살아간다해도 그들에게는 그저 처음 보는 유형이라 신기한게 전부일 뿐 나의 삶을 닮고 싶어하거나 추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삼삼함’ 때문이라 느낀다.
작가는 슴슴하고 삼삼하다. 화려한 미디어에 나오는 방송인들처럼 자극적이지도 않고 유명한 기업을 다니거나 돈을 만지는 사람들처럼 부자도 아니며 워라벨이 좋아서 1등 예비신부감도 아니다. 흔히 말해 세상에서 좋은 자격이라 말하는 재력, 명예, 라이프 등 하나라도 닮고 싶거나 부러운게 없는 인생인 것이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건 때로는 좀 외롭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나에게 무관심하며 그 나머지는 안타깝게도 같은 직군에 사람들이거나 아주 가끔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일 뿐이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나혼자 이토록 원해서 아둥바둥하고 있으니 가끔은 애처롭기도 하다.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는 삶이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움직이고 발악하는지 모를 것이다.
그래도 내가 견디는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 작가세계의 삼삼한 매력 때문인 듯 하다. 고요 속에 느끼는 황홀함이랄까. 이제는 어디를 가도 서른 두살에 작가이며 (게다가 솔로) 큰 꿈을 가지고 사는 나와 같은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가끔은 외롭지만 꽤 자주 즐겁다. 이 매력을 나밖에 모르다니! 요즘 시대 책 내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작가로 사는 건 정말 어렵다. 그렇기에 아무나 느낄 수 없는 이 매력은 다이아몬드 만큼이나 희소성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나도 다른 이들처럼 인생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뒀다면 그럭저럭 보기에는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수 많은 평범한 인간 중 하나였겠지만) 하지만 그 인생 뒤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남들 인정에 갇혀서 회사라는 감옥에 갇혀 10년뒤 나의 미래를 옆에서 지켜보며 괴로워하는 삶.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지금은 현재는 막막하고 좀 답답하지만 계속 작가로 살았을 때의 10년 후를 생각해보면 자꾸만 웃음이 실실 세어나온다. 그때쯤이면 책도 적어도 5권은 나왔을 테고 그 중 그래도 사람들에게 좀 알려진 책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나를 조금은 먹여 살리는 효자책도 나올 것이며 그렇게 꾸준하게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산 덕분에 아무나 느낄 수 없는 희열을 맛보며 살게 될 것이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다가 '어 슬로 작가님 아니세요? 저 책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라는 말을 가끔이라도 듣고 차곡차곡 쌓이는 나의 작품들을 두고 다른 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삼삼한 하루들이라.. 생각만 해도 가슴뛰게 설레인다.
아마도 이게 아무도 원하지 않는 꿈꾸는 인생을 사는 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