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비하는 시간

by 슬로




나는 4년째 침대를 나눠 쓰는 존재가 있다. 바로, 반려묘 도도다. 고양이는 나의 애착인형을 침대로 쓰고 있다. 겨울이면 그 작고 낡은 인형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잔다. 겨울 필수품 온수메트를 틀고 극세사 이불까지 덮고 누울 때면 나는 최고의 행복을 맛본다. 새근새근. 고양이의 작은 숨결과 포근하고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 속에서 잠들 때마다 '난 이미 성공한 인생이야'를 속으로 외친다. 최근에는 친언니가 분가까지 하면서 방이 하나 남았다. 나에게는 작업실 겸 서재까지 생겼다. (아무래도 작가로서 타고난 복이 있는 게 분명하다) 온 세상 기운이 작가를 할 수 있게끔 밀어주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복에 취해있다 보면 나의 본분을 잊기가 너무 쉬워진다. 매일 치열하게 써야 하는 신인 작가임에도 마치 10년 차 작가처럼 여유롭게 글을 쓰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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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의도적인 각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몇 가지 현실감각을 깨우기 위한 나만의 전략을 일상 속에 적용해 봤다. 우선, 기상 후에는 무조건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환기하는 동안에는 방안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휴식을 취했던 공간을 작업 공간을 바꿔주는 의식인 것이다. 방이 정돈되고 찬 기운이 훅 들어오면 방과 나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이 생긴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두 번째는 무조건 깨끗하고 씻고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공간 정돈에 이어서 나를 정돈하는 시간인 것이다. 세 번째는 노트북을 켜서 오늘의 할 일 리스트를 정리하고 5분 정도 눈을 감고 그 하루를 차분히 그려보는 일이다. 마인드를 정돈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노트에 하루의 다짐과 결단 그리고 감사를 차분히 적어 내려 간다. 이를 통해 오늘 하루가 나에게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기적처럼 주어진 것이기에 귀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나에게 아침 정비시간은 그날 하루를 결정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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