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유아독존이라는 건
알았지만 가끔은 울컥할 때가 있다.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노트북 전원을 무심하게 툭 끈다던지
비싼 핸드폰을 툭하고 떨어트려서
내 발등을 찍어놓고는 지 발이나 빨고 있다던지
아파서 낑낑 거리며 누워있는데
내 배를 누르고 무심하게 지나간다던지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라는 명대사를 치고 싶은데
고양이라서 하지도 못하고..
참고 참고 또 참는다
안치운 내 탓이고
덜렁댄 내 탓이고
방치한 내 탓이니까
난 그렇게
도도를 위해 나만 참는 줄 알았다
얼마 전, 도도 엉덩이에 탈모가 생겼다.
더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급하게 찾았고
다행인 건 탈모가 아니라는 진단
불행인 건 오버그루밍 때문이라는 판단
도도가 자기 털을 과하게 그루밍하고
뜯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원인이 뭐예요? 치료는요?"
난 이해할 수 없어서 다시 물었고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고양이가 많이 참았나 봐요"
집으로 오는 길에
계속해서 생각했다
나만 참아주고 있던 게 아니구나.
너도 나를 견뎌주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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