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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22. 2024

우리 각방 쓰자.

우리 각방 쓰자
넌 이제 큰일 났다.


TV를 틀면 

부부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각방을 쓴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동거하는 커플끼리도 

각방 쓰는 주변인들을 봤으니

이제는 각방이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편의를 위한 선택이 된듯하다.


그리고 이제 '각방'

사람 간의 문제가 아니다. 


얼른 짐 싸세요.


나는 도도와 처음부터 

방이 하나였다.


강아지와 합사 문제로

한 달 정도 내 방에서만 

키웠더니 그 뒤로 도도에게는

내 방이 곧 자신의 방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애틋하고 좋았다.

나의 방을 자신의 방으로 

인지해준다는 것이.


나를 자신의 엄마까진 아니어도 

동거인(?) 정도로는 봐주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나 또한 종족은 달라도

한방 쓰는 불편함으로 도도에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많아졌다.


"우리 각방 쓸래?"

질척거리지 좀 마세요.


도도와 한방을 쓸 때 

가장 큰 불편함은 

생활패턴에 차이다.


도도는 쿨쿨 잘 자다가도

새벽 2시만 넘으면 일어나서

달리기를 시작한다


시도 때도 없이 

물건을 떨어트리고

서랍을 열고 야옹거린다




그래서 정말 피곤할 때는

도도를 거실 밖으로 내보낸 뒤

문을 잠가버린다


그러면 도도는 그때부터

통곡이 시작된다...


아는 것이다. 

내가 눈물에 약하다는 걸.

우는 소리를 하면 나는 끝내 

다시 문을 열어준다.


엉덩이 좀 치우세요 제발.


나는 엄마한테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한다.


"엄마 이제는 나 신경 쓰지 마

이제 우리 서로에게 좀 독립하자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아플 때 가장 먼저

엄마한테 달려간다.


그리고, 자다가도

나의 작은 기척에도 

엄마는 벌떡 일어난다.


이래도 문 안 열어줄거냥?


아마도 나는 도도와 평생

매일 밤 전쟁을 할 것 같다.


도도와 영역 싸움을 하다가도


도도에 구슬픈 울음소리에

문을 열어주고야 말 것이고


도도에 뒤척이는 소리에

걱정돼서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아직은 각방 쓸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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