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각방 쓰자
TV를 틀면
부부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각방을 쓴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동거하는 커플끼리도
각방 쓰는 주변인들을 봤으니
이제는 각방이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편의를 위한 선택이 된듯하다.
그리고 이제 '각방'은
사람 간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도도와 처음부터
방이 하나였다.
강아지와 합사 문제로
한 달 정도 내 방에서만
키웠더니 그 뒤로 도도에게는
내 방이 곧 자신의 방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애틋하고 좋았다.
나의 방을 자신의 방으로
인지해준다는 것이.
나를 자신의 엄마까진 아니어도
동거인(?) 정도로는 봐주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나 또한 종족은 달라도
한방 쓰는 불편함으로 도도에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많아졌다.
"우리 각방 쓸래?"
도도와 한방을 쓸 때
가장 큰 불편함은
생활패턴에 차이다.
도도는 쿨쿨 잘 자다가도
새벽 2시만 넘으면 일어나서
달리기를 시작한다
시도 때도 없이
물건을 떨어트리고
서랍을 열고 야옹거린다
그래서 정말 피곤할 때는
도도를 거실 밖으로 내보낸 뒤
문을 잠가버린다
그러면 도도는 그때부터
통곡이 시작된다...
아는 것이다.
내가 눈물에 약하다는 걸.
우는 소리를 하면 나는 끝내
다시 문을 열어준다.
나는 엄마한테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한다.
"엄마 이제는 나 신경 쓰지 마
이제 우리 서로에게 좀 독립하자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아플 때 가장 먼저
엄마한테 달려간다.
그리고, 자다가도
나의 작은 기척에도
엄마는 벌떡 일어난다.
아마도 나는 도도와 평생
매일 밤 전쟁을 할 것 같다.
도도와 영역 싸움을 하다가도
도도에 구슬픈 울음소리에
문을 열어주고야 말 것이고
도도에 뒤척이는 소리에
걱정돼서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아직은 각방 쓸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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