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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27. 2024

고양이가 사라졌다.

도도 어디갔어?

도도는 보통 고양이와는 다르게

사람 곁에 있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고양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어색하고 이상하다.


도도에 친화력은 놀라울 정도다.


낯을 조금이라도 가리는

고양이들은 집에 손님이 오면

바로 어딘가로 숨거나


잠을 잘때에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숨어서 자곤한다.


하지만 도도는 조금 다르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복도에 대자로 뻗어서 자거나

사람이 다 보이는 위치에 자리잡고

거만한 자세로 삐닥하게 누워 쳐다보거나

에어컨, 정수기 수리기사님이 오시면

옆에 붙어서 구경하곤 한다.


그렇기에 도도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조금은 늦게 깨닫게 되었다.



아주 가끔 도도는 사라진다.

정말 어디로 숨었는지 모를 정도로

꽁꽁 숨어버린다.


그럴때면 가족들은

사방팔방으로 도도를 찾았다.

도도를 실제로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어서 불안한 것이다.


하지만, 도도가 한 번 아픈뒤로

(오버그루밍)

이제는 위치만 확인하고

도도가 충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건드리지 않는다.


가끔은 더러운 주방 서랍 뒷 공간에 들어가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쓰기도하고


나의 서랍장에 옷을 파고 들어가서

옷에 털을 잔뜩 묻히곤 하지만


먼지와 털은 닦고 털면 그만이지만

도도 마음 속 응어리는

쉽게 털리는 게 아니기에

이제는 기꺼이 도도의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모른척 해준다.




내가 빗어줄 수 없는

도도 마음 속 뭉치

이렇게라도 풀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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