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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r 05. 2024

고양이를 입양 후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악몽을 

주기적으로 꾸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나를 괴롭히는 

악몽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도도'다.


그 사건으로 악몽은 시작되었다.


악몽의 시작은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도도를 딱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다.


엄마가 잠깐 분리수거를 하려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였다.


그 찰나의 순간

도도가 밖으로 나간 것이다.


가족들은 각자 할 일을 하느라 

도도가 사라진 걸 30분 동안 몰랐다.


습관적으로 도도를 찾던 내가

30분 만에야 이상함을 감지한 것이다.


도도가 숨었을 것 같은 곳

그리고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곳까지

뒤져보고서야 깨달았다.


도도는 집에 없다는 것을.



엄마와 나는 급하게 장난감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계단을 뛰어다녔다.


고양이는 아파트 밖으로 나가면

다시 찾을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시간이 정말 중요했다.


계단에서 목청껏 도도를 불러봤지만

응답이 없었고 결국 아파트 밖으로까지 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도를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파트를 몇 바퀴를 돌고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을 때

퇴근하고 혹시 몰라 집을 더 찾아보고 있던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도도 찾았어"


도도는 다행히 아파트 계단 꼭대기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었단다.


도도를 잃어버리고

찾기까지 걸렸던 

1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철렁이는 순간이었다.


다시는 널 보낼 수 없어


도도 찾은 건 

천만다행이었지만


'만약에'라는 단어가

나를 한 동안 집어삼켰다.


만약에..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이었다면

도도가 바로 밖으로 나갔을 수도 있어...


만약에... 아빠가 도도를 찾지 못하고

하룻밤이 지났더라면 도도는 잘못되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수많은 경우의 수와 확률 중

가장 나쁜 쪽만 생각하며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나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꿈도 잘 안 꾸고 악몽이라면

더더욱 살면서 한 두 번 꿔본 게 전부였던 내가

주기적으로 악몽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악몽의 주인공은 너야


안타깝게도 그 악몽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도도'였다.


꿈속에서 도도는 

집 안에서 사라지거나 

베란다를 뛰어내리곤 했다. 


끔찍한 꿈은 기억에

선명할 만큼 잊히지 않고

꿈속에서 반복되었다. 


비슷한 꿈을 주기적으로 꾸자

나에게 '도도의 존재'가 

그 누구보다도 커져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잃지말자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면

도도가 지금 어디 있는지

눈으로 매번 확인해야 하고


베란다 창문을 방충망이 

있음에도 불안해서 활짝

열지 못하며 


주기적으로 악몽은

반복되다 보니 


이 모든 게 이제는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요즘은 바꿀 수 없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으로

덮어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이별'이 찾아오겠지만

그때만을 생각하며 

영원히 '악몽'에 

갇혀있을 수는 없으니


현재 함께하기에

기쁘고 행복한 

일들을 불안과

걱정과 악몽 

사이사이에

끼워 넣으려고 한다.




불안할 때면

오늘도 평온한

도도를 떠올리고


악몽을 꿀 때면

도도를 한 번 더

안아보고 


걱정될 때면

도도의 안위를

위해 기도하면서


오늘도 함께하고 있는

도도와의 하루에 집중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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