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을 아시나요?
어렸을 때는 동화책으로 보고
어른되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보면서
평생 닭장에서 갇혀 살아야 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여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암탉 한 마리에 삶에 감동을 받았었다.
한 번도 알을 품어보지 못했던
암탉 '잎싹'이는 닭장 탈출 후
우연히 버려진 청둥오리 알을
품게 되었고 그토록 원했던
누군가를 품는 삶을 살게 된다.
야생에서의 삶은
닭장 속만큼이나
거칠고 두려웠지만
'잎싹'은 자신이 품어낸
청둥오리 '초록'에 멋진
보호자이자 엄마 역할을
해내고야 만다.
그리고 '잎싹'은 생각했을 것이다.
비록, 자신이 진짜 낳은 알이 아니었어도
언젠가, 원래 무리로 떠날 자식이어도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희망도 꿈도 없는 닭장 속 삶보다
훨씬 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그렇게 청둥오리 '초록'의
성장과 함께한 '잎싹'에
여정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초록'은 멋진 청둥오리로 성장하여
자신을 키워 준 '잎싹'을 떠나
자신의 진짜 무리로 되돌아간다.
이 스토리에 결말을 아시나요?
혹시 <마당을 나온 암탉>에
결말이 기억나시나요?
이 스토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나
결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마당을 뛰쳐나온
암탉에 삶을 통해 청둥오리에게
보여준 모성애에 주목한다.
또는, 공장식 양계장에
어두운 현실을 과감히
보여준 작품이라는 데 주목한다.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 모두 다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양계장에서 태어난
'잎싹'이에 삶의 시작과 끝을 통해
한 가지 더 깊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결말
충격적 이게도 이 스토리에서
암탉 '잎싹'에 마지막 대사는 이것이다.
"그래 나를 먹어 네 아가들이 배고프지 않게 "
자신이 품었던 '초록'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잎싹'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배고픈 새끼들을 위해 사냥을 하던
어미 족제비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닭장은 떠나왔지만
결국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끝끝내
벗어나지 못한
'잎싹'이에 운명은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약육강식 세계에서
족제비에게 먹이가
될 수밖에 없는 건
닭에 운명일 것이다.
그러나 '잎싹'이
스스로 먹이가 되기로
선택한 결말은 '희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지금도 사람들의
식탁에는 푸짐한 고기들이
한 끼 식사로 올라오고
야생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자연의 선순환
구조가 돌아간다.
이 모든 건
자연스러운 것이나
그렇다고 그들의 '희생'까지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약육강식 세계에서
'희생양'에 대한
'죄책감'이 없으면
그들의 생명은
숭고한 희생이 아닌
그저 씹다 버리는 껌과
같은 존재로 전락한다.
우리의 '생명존중'
태도는 우리를 위해
희생되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로부터 시작된다.
어떠한 생명도 가치 없는
죽음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