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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28. 2024

방가방가, 나의 햄스터



햄스터도 외로워요.짝꿍은 있어야지

동물 장수들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속는 멘트다.


1+1 장사 전략은 엄마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이왕이면 아이들 정서에 외로운 한 마리보단

사이좋은 두 마리가 좋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말은 끔찍한

호러 막장 영화일 것이다.


사이좋은 햄스터 부부가

새끼까지 낳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듯 보였으나

하루아침에 살인사건 현장으로 변하게 된다.


서열 1위를 차지한 햄스터가

자신의 새끼와 짝꿍까지

먹어치워 버리는 것이다.



초등시절, 나 또한 그 참혹한 현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핏덩이 같은 새끼들은 머리가 사라져 있고

햄스터 한 마리는 가죽만 바닥에 내팽개쳐 있으며

살인사건 용의자는 여유롭게 식사를 하던 장면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는다.


그제야 인터넷에 정보를 찾아보고 알았다.

햄스터는 단체생활이 아닌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었다는 것을.



케이지가 이렇게나 커요?

작은 원룸에서 살던 대학생 시절

외로운 마음 때문에 10년 만에

햄스터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햄스터 입양하는 곳에 가서

골든 햄스터 한 마리를 골랐다.


초등시절 키웠던 햄스터보다

몸집이 세배는 큰 종류였다.


사장님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장비를

정리해서 나에게 들이밀었다.


딱 봐도 너무 큰 케이지에

나는 당황에서 물었다.


"케이지가 왜 이렇게 커요? 더 작은 건 없어요?"

옷장 넣을 공간도 없는

작은 자취방에 들이기에는

너무 큰 사이즈였다.


그러자 사장님은 나를 핀잔하듯 이렇게 말했다.

"얘네들도 살아야지. 작다고 무시하지 마러"


난 순간적으로

작은 햄스터가 누리기에는

너무 큰 공간이라 생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때 키운 골든 햄스터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


햄스터를 키운 지

1년쯤 되었을 때

목에 혹이 생겼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렇게 한 일주일 뒤에

조용히 잠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웠던

수많은 햄스터들에

이름도 난 기억하지 못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한

다시 햄스터를 키울 일은 없겠지만

가끔 생각한다.


내가 그때 햄스터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라면 조금 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햄스터 수명으로는

그래봤자 기껏해야 1년 남짓 더

살았겠지만


내가 놓친 건 햄스터와 같은

작은 생명을 그 크기만큼만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했다는 것이다.


자기 몸집보다 50배는 더

커 보이는 케이지는 사치라 느끼고


짧은 수명으로 그 찰나의 반짝일

소중한 생명에 값어치를 매기는 태도


우리는 물건만큼이나

생명을 이익적인 면에서

값어치를 제한하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작은 새 한 마리와 

13년을 동동락하며

실제 가족들보다도

더 깊은 교감을 나눈  

한 분에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새 한 마리였을지라도

그분에게는 가장 소중했던 존재였을 것이다.



우리는 '부피' '가치'

판단하는 오류를 조심해야 한다.




생명에 길이와

생물에 부피로

가치의 크기가

결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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