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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r 25. 2024

지금 굶으러 갑니다.

2-4. 쓸모를 위한 물음



 커피 한 잔도 칼로리가 중요해진 시대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현대인 모두에게 숙제이자 숙명이다. 하지만 이 글은 아쉽게도 다이어트에 관한 글이 아니다. 나의 '의도적 굶주림'은 육체 무게를 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오만과 편견'을 비우기 위한 다짐이다. 


이제 포장지를 뜯어보겠습니다.  
photo by Unsplash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무지한 사람'이 아니라 '약간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한 가지를 알게 되면 그것이 정답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로 오랫동안 그것에 대해 깊은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당연한 원리'처럼 머릿속에 굳어버린다. 마치 '인간은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와 같은 관념처럼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관련된 책을 찾아본다면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라는 명제는 무조건 맞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멘토링 수업이 진행되면서 반년 가까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하나에 매달리고 있다. 그전까지는 포장지를 뜯지도 않고 '나'라는 물건을 유추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비슷한 모양의 다른 물건일지도 모르는데. 가능성은 접어둔 채 나를 섣부르게 정의 내렸다.


 멘토링 수업에서 포장지를 한 면씩 뜯어보고 있다.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네'라는 안도와 '이게 아니라 이거였어?'라는 당혹스러움과 '이건 뭐지?'라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리고 아직 뜯을 포장지가 많음을 알게 되자 한 가지 반성을 하게 된다. '나는 왜 포장지를 뜯어보지도 않고 나를 판단했을까'. 나는 나를 '약간 아는 사람'으로 나를 '함부로 판단'해왔다. 


 완벽한 식사를 위해 굶겠습니다.
photo by Unsplash

  

 한 마리의 맹수조차도 완벽한 식사를 위해서는 '굶주림의 시간'을 갖는다. 사자는 절대 산만하게 뛰어다니는 법이 없고, 자신의 존재를 아무 때나 드러내는 법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소리로 위협하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때 비로소 먹이 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선택이 무조건 싸움에서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사자는 사슴을 잡아먹기 위해 풀 숲에 자신을 숨기고 오래도록 사슴의 행동을 분석하고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이 오기 전까지 쉽게 판단을 하지 않는다. 배고픔 앞에서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 

  

  나는 포장지 속 '나'라는 물건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기를 멈췄다. 추측은 있으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사용하는 방법도, 사용하는 시기도 늦추고 있다. 한 마리의 맹수처럼 완벽한 식사를 위해 '굶주림의 시간'에 돌입한다. 나의 잡념들이 하나의 명확한 관념으로 단단해지기 전까지, 그리고 하나의 줄기만 굵어져 균형을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photo by Unsplash


한 마리의 맹수처럼 몸을 숨기고 식사를 준비한다. 


나의 대한 잘못된 오류를 바로 잡고, 

편협했던 사고를 확장시키면서 가늠하고 분석한다. 


완벽한 식사의 타이밍을. 

지금은 속을 비우는 게 시급하다.


잡념을 비우기 위한 '굶주림'을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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