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Apr 16. 2024

고양이도 로코 드라마가 보고 싶다.




길에서 집으로 온 걸 환영해


길에 있던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순간

우리는 '책임'을 지게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음속 세계만큼은 아니더라도

실제 세계가 최대한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내가 4년째 함께하고 있는 

반려묘 '도도'는 스트릿 출신이다.


집 고양이었을 거란 추측은 하고 있으나

 어쨌든 얼마가 되었든 도도는 이미

길생활을 통해 세상을 마음껏 확장했을 것이다.





야생동물들의 유토피아, 세렝케티
photo by Unsplash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야생 동물'이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거의

제주도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하나의 세계다.


그러나 그곳의 주인공이 '야생동물'인 이유는

그곳을 탐방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물소가 지나가는 길에 인간의 길을 만들지 않고

최대한 멀리서 관찰만 할 뿐이다.


그곳에 있으면 누구나 인간이 우선이 아닌

야생동물이 우선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집고양이인 도도가 이곳을

세렝게티까지는 아니어도 길생활만큼이나

자유를 만끽하려면 도도를 위한 묘테리어도

 필요함을 깨닫는다.






고양이도 묘테리어 진심이다.


우리는 집을 애정하는 사람일수록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다.


좋아하는 취향의 예술품이나 그림을

여기저기 걸어놓거나

사진과 책을 배치하고 좋아하는 톤으로

벽지나 조명을 바꾸기도 한다.


나는 책과 조명을 좋아해서

방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모두 채우고

책상에는 분위기 좋은 조명을 두었다.




이처럼 고양이도 집을 애정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스크레치를 통해 자신의 채취를 남기는 일이다.


사람은 시각적 변화가 중요하다면

고양이에게는 냄새의 흔적이 중요하다.


고양이가 발톱으로 물건을 박박 긁는

  '스크래치' 행동이

대표적인 묘테리어 행위다.


고양이에게 스크래치는 소유권 주장이며

집사와의 채취를 섞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마다

스크레치를 통해 자신만의 표지판을 세운다.


우리가 장식품을 하나 더 들여놓듯

고양이도 흔적을 하나 더 만들며 

자신만의 영역 확장을 하는 것이다.





고양이도 TV로 막장드라마를 시청한다.


묘테리어에 

화룡점정은 바로 'TV'다.


우리에게 TV는 최고의

휴식 활동이자 세상일에

간접 참여를 하게 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고양이에게도 TV는 존재한다.

바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세상이다.


고양이는 실제로 하루 시간 중

약 20% 정도를 창밖 구경하는데

쓸 정도로 인간만큼이나 TV 마니아다.


고양이에게는 창 밖 세상도

자신의 영역권 안에 들어온다.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와 함께한다면

어떤 TV 콘텐츠를 제공해 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자동차나 건물로 빽빽한 것보다는

나무와 꽃이 있고 새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고양이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도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내 방

캣타워에 앉아서 느긋하게 창 밖을

구경하는 취미가 있다.


가끔 새들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가끔 도도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새들이 무슨 대화를 했니?"


도도는 그러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또렷하게 말한다.


"야옹!(오늘도 부부싸움이다)" 





나는 요즘 피식쇼와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즐겨 시청한다.

나의 TV 주파수는 '드립 천재 연구하기'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도의 TV 주파수를 무엇으로 맞춰줄까이다.


새들의 사랑과 전쟁 시리즈는 이제 좀 지겨운가 보다.

새로운 TV 채널을 찾아봐야겠다.



 




이전 26화 고양이는 대장놀이를 하지 않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