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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18. 2024

개 같은 고양이는 없습니다.



개 같은 고양이를 본 적 있나요?
목걸이 풀다가 찍힌 사진입니다. 



우리 곁에 '개 같은 인간'은 존재해도

'개 같은 고양이'는 없다.


'고양이 같은 인간'이란 표현도

아직은 어색하기 매한가지다. 


좋고 나쁜 표현을 떠나서

언어에 스며들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삶에 

많이 흡수되었다는 것이다.


개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동물이다.

그에 비해, 고양이는 항상 개 다음 순번이다.

이 순서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수도 있고

바뀌려면 아주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개냥이를 원하시나요?


나는 비교적 동물과 접점이 많은 삶을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동물을 키웠고

그중 강아지와 함께 한 세월은 

햇수로만 20년이 넘는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지 5년쯤 된 나에게도

아직은 고양이보다 

강아지가 익숙한 동물이다.


그래서 내가 반려묘 '도도'와 함께 살 때

몇 가지 적응하기 힘든 것들이 있었다.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고양이는 산책을 시킬 수 없다.

고양이는 훈련이 되지 않는다.


나처럼 강아지 다음으로 고양이를

키우던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개냥이를 원했는데.. 

그냥 고양이더라고"


사실, 나도 도도를 픽했던 이유 중 하나

'개냥이 애교가 많습니다'라는 

임보자님의 설명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도'는 내가

생각한 '개냥이'가 아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상상한 '개 같은 고양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초반에는 강아지와 같은

애교도 없고, 치대지도 않는 

도도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개 같은 고양이는 없다



우리는 전적으로 '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를 통해 다른 동물을 보려는 

잘못된 시선이 있다. 


그래서 개를 보던 시선으로 고양이를 보며

개를 이해하던 방식으로 고양이를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이해하려 할 때 

그 전제가 다른 대상이 되면 안 된다.


고양이는 고양이자체로 이해해줘야 한다.


이름을 불러도 오지 않는 건 당연한 거고

산책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게 고양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할 때 

00 같은 사람이 아닌 그 사람

자체로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고양이도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고양이스럽게 이해해 주는 시선이 필요하다.




개 같은 고양이를 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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