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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A May 26. 2018

아이스크림 로맨스

녹아 없어질 것들이 부르는 사랑가


 운명 같은 사랑. 이 낯간지러운 단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아직 사랑이 어색한 10대들에게 이 꿈결 같은 사랑은 하나의 로망일 것이오, 이제 막 드넓은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한 20대들에겐 감히 숨길 수 없는 설렘일 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이 낭만적인 여섯 글자는 얼마 못 가 '사치', 혹은 '다른 사람 이야기'로 치환된다.

 그래, 운명 같은 사랑이 이 땅에 있기야 하겠어? 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얘기지. 오늘 하루 연차를 낸 K는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내버려 둔 채 라면을 끓인다. 먹기 좋게 적당히 설익은 라면을 상에 올리고 TV를 켠다.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입맛을 다신다. 운명 같은 사랑을 찾아 떠나는 TV 속 주인공을 바라본다. 아직 잠이 덜 깬 K의 두 눈이 벌겋다.


 세상은 사막이다. 문자 그대로 사막이 되어버렸다. 지구는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태양은 지구를 집어삼킬 기세로 커지고 있고, 낮은 하루가 다르게 길어지고 있다. 단순히 덥기만 했다면 이 이상 고온 현상이 범국가적 재난으로 선포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공장 지대에서 넘어온 미세 먼지가 시야를 흐리고, 메마른 황사가 땅을 휩쓴다. K는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선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땅에 동계 올림픽이라는 게 열렸었다. 마지막 동계 올림픽이 열린 해 태어난 K는 그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 하긴 누가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알았겠나. 아니, 알고도 막을 수 없었던 거겠지. K는 건조한 두 눈을 연거푸 끔뻑거린다.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피부암입니다."

 "예?"

 "놀라실 것 없어요.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빈번하게 나타나죠. 아직 표피층의 괴사가 진행되진 않은 걸로 봐서 생명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인터넷에 피부암이라고 한 번 검색해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K는 믿기 힘들다는 듯 앉은자리에서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든다. 의사의 말대로, '진단과 치료가 쉬운 편이며 다른 부위의 암에 비해 전이 확률이 낮아 사망률이 낮은 편이다'라고 똑똑히 적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이라는 글자는, 생전 큰 병치레 한번 없이 살았던 K를 주눅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의사는 K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덤덤한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아시다시피 태양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말이 암이지, 사실 얼마 안 가 감기만큼 흔한 사례가 되리라고 보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J는 요즘 근심이 많다. 최근 일자리를 잃은 까닭이다. 그녀가 담당하던 독거노인이 숨지는 일이 어느새 4번째를 기록한 그다음 날이었다. J가 근무하는 (이제는 과거의 직장이 되어버린) 복지소의 소장은 J를 딱하게 바라보았다.

 "요즘같이 일자리 구하기 힘든 시대에 미안하긴 합니다만 거 일이 그렇게 됐수다. 내가 볼 때 J씨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남에게 봉사하는 걸 업으로 삼았으면 사람이 좀 밝은 면도 있어야지. 물론 J씨가 사람 죽였다는 건 아니지만...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너무 어두우면 주변 사람이 영향을 받지 않겠어? 한동안은 좀 쉬어요. J씨도 J씨대로 마음고생이 심할 거라는 거, 나 충분히 이해합니다..."

 소장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어지럽게 두드렸다.


 J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가 보살피던 사람들의 얼굴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른거렸다. J의 유일한 실수는, J가 그들 앞에서 지나치게 솔직했다는 것이다. 웃겨야 웃고 슬퍼야 우는 삶. 한 때 J는 그것이야말로 위선적이지 않은 진솔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마주하고 있는 가련한 사람들을 위해 J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

 지금은 다르다. 미소가 필요하면 억지로라도 웃고, 눈물이 필요하면 쥐어짜 내서라도 울어야 한다. 그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J는 그 길로 복지소를 떠났다.


 그때부터였다. J는 세상 모든 불행을 자신의 탓으로 믿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는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사람들은 일사병으로 죽어나갔다. J는 집 안에 틀어박혀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한다. 미안해요, A할아버지. B할머니랑 C어르신도. 그때 좀 더 살갑게 웃어드렸더라면. 그리고 한 번도 흰 눈을 보지 못한 D아이도. 내년에는 분명 눈이 올 거라고 말해 줄 걸. 미안해요, 모두 미안.




 K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한다. 이상고온 현상에 뜻밖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직장이다. 사람들이 원체 밖을 돌아다니지 않는 까닭에 집까지 찾아가는 배달 서비스도 도맡아 한다. 피부암 판정을 받은 뒤, K는 팔토시며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온몸을 중무장하고 다닌다. 인간이 해오던 상당수의 노동은 자동화되어 사멸하고, 변변한 기술 없는 K로서는 돈을 벌기 위해 태양을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번 돈은 다시 자신의 피부를 구하는 데 쓴다. K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저 밀린 배달 업무를 끝마쳐야 한다는 압박뿐이다. 냉동 트럭에 오늘의 물량을 실어 놓고 K는 운전석에 앉는다. 차량의 유리는 한 점의 햇빛도 허용치 않겠다는 듯 빽빽이 썬팅되어 있다.




계절을 잊은 태양은 끓는점을 향해 내달리고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들은 옷을 태워 버리네, 모두 태워 버리네.


 K는 라디오를 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린다. 각종 잡음과 웃음소리, DJ의 목소리가 한 데 뒤엉키며 조용했던 트럭을 가득 채운다. 방황하던 K의 손가락이 어느 마이너한 음악 채널에 이르러서야 멈춘다. K는 액셀을 밟으며 다음 배달지로 운전을 시작한다. 콧노래는 나오지 않는다.

 "죽어라 일만 하더니 정말 죽게 생겼네."
 K는 혼자 중얼거린다. 연신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쏟아내던 어느 인디밴드의 노래가 막 끝이 난 참이었다. 자아실현이니, 함께 사는 세상이니, 모든 것이 시대착오적 담론일 뿐이야. 일단은 살고 봐야지. K에게 닥치는 대로 살아남는 것은 어느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되어 있었다. 의사는 안심하라고 말했지만 피부암 판정을 받은 이후로 더욱 그렇다. 그런 K에게 지금 하고 있는 배달 업무는 나름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 최소한 이 일에는 언제나 다음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액셀을 밟고 핸들을 돌리면 그만이다. 그나마 특별한 성취가 있다면, 남들보다 월등히 많은 배달양을 소화해내고 이 달의 우수 사원이 되는 정도. 그러면 추가 수당이라도 나오겠지. K는 속도를 올리며 서두른다.




 K와 J가 어색하게 대치하고 있다. K는 난처한 듯 시선을 돌리고 있고, J는 열이 오른 듯 얼굴이 발갛다. 불과 몇 분 전, 여느 때처럼 속도를 올리고 있던 K였다. 때마침 시간은 밤이었고 거리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밤이라 할지라도 기온이 선선해지기는커녕 비정상적인 열대야가 이어지는 탓에 사람들은 냉방 시설을 갖춘 실내에서 좀처럼 나오지를 않았다. 때마침 밖에 나와있던 J를 제외하곤.

 트럭 유리의 썬팅이 너무 짙은 탓이었다. K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량은 가까스로 충돌 없이 멈춰 섰다. 불의의 사고를 당할 뻔한 J는 말할 것도 없고 K 또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었다. K는 차량에서 서둘러 내려와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J 역시 놀란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트럭에서 내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낯선 사내의 복장에 할 말을 잃은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남자가 맞나? 온몸을 꽁꽁 가린 트럭 운전사라니, 이게 뭐람. J는 간만에 맞이한 소란 속에서 지금 자신이 화를 낼 처지가 맞는지 도리어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런 J의 심중을 모르는 K는 여전히 걱정스럽다. 자신의 실수가 회사에 전해지면 이 달의 우수사원은 물 건너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K에게 오늘의 일은 어디까지나 한 밤의 해프닝으로 끝나야 했다. K와 J, 단 둘만이 아는 한밤의 해프닝.

 고개를 숙이고 양해를 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뭐라도 해야만 했다. 길게 따져보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행동에 옮기는 K의 성격이 화를 불렀다. K는 이후 두고두고 놀림받을 말을 J에게 전한다.

 "저기 혹시, 아이스크림 좋아하세요?"




 운명 같은 사랑. 그 마법 같은 일이 K와 J에게도 찾아올까. 여전히 모르는 일이다. K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남자고 J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여자다. 한 명은 닥치는 대로 살아가기 바쁜 피부암 초기의 트럭 운전사. 다른 한 명은 표현이 서툴러 일자리를 잃은 사회복지사. 닮은 것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비극적인 동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전부다. 어쩌면, 그래서 더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K와 J는 종종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소소한 일상과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관계. 하루는 J가 이야기했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면 습관처럼 꺼내오던 날씨 얘기. 그날따라 날씨는 무더웠고 두 사람 손에는 어김없이 아이스크림이 들려있었다.

 "K씨는 눈이 오는 걸 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

 "우리가 한 번이라도 눈을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힘들겠죠. 어차피 이 날씨면 눈이 와도 금세 다 녹아버릴 텐데요."

 "제가 일하던 복지소에 한 아이가 있었어요.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작고 여린 아이. 이 애가 어디서 눈 얘기를 들었는지 저한테 눈은 언제 오냐고 종일 묻더라고요. 정작 저도 눈이 내리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 데요. 당연히 대답하지 못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한테 거짓말이라도 했어야 했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게 꼭 이루어진다는 가능성을 믿고서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설령 한순간에 녹아버리고 사라지더라도 그 찰나의 눈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분명 의미가 있을 거예요."

 "오늘부터는 저도 눈이 내리기를 기다려야겠네요."

두 사람의 대화는 굴렁쇠를 굴리듯 삐걱거리다가도 어느새 앞으로 나아가 있었다.




"J씨, 한동안 못 보게 될 것 같아요."

"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모든 것은 K가 받은 한 통의 이메일에서 시작한다. 아니, 그 기원을 찾아가면 K의 고집스러울만치 집요했던 삶의 의지가 자리하고 있겠다. 이메일을 받은 날짜는 K가 이 달의 우수사원을 6개월 연속 확정 지은 즈음이었다.

 메일의 내용은 이렇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 일부를 선정해 남들보다 앞서 화성에 이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K로서는 피부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배려대상자인 데다가 우수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음을 매 달 입증해내었으니 그가 이번 화성 이주 프로젝트의 1기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메일의 끄트머리에는 선발에 동의한 대상자들에게 화성의 환경 개선 및 인프라 조성 산업에 종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해당 사업의 이름은 오아시스 프로젝트. B급 히어로 영화가 연상되는 유치한 네이밍에 K는 실소를 터트렸다.




 K는 지구에 남아있을 J가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K가 알기로 J는 여전히 복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삶의 방향을 잃은 상대에게 섣불리 방향을 일러주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용한 일인지 K는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상대가 아니던가. J씨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둥, 아무래도 J씨가 다시 일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둥 소위 오지랖 넓은 질문이 목젖 바깥으로 튀어나가려는 것을 꾹꾹 억누를 수밖에 없었던 K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J였다.

 

 "저도 다시 일하려고요."

 "예? 정말요?"

 "K씨를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뭐랄까, 누군가는 이 지구에 끝까지 남겠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어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제 할 일이라는 기분이 들어요. 거짓말을 해서라도 사람들이 살아가게 만들고 싶어요. 올 지 안 올 지 모르는, 그 무언가를 기다리면서요."

 K가 지구를 떠나는 그 날까지 숱한 대화를 나눈 둘이었지만, K는 꼭 하고 싶었던 질문을 미처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둘이 처음 만난 그 밤, 아무도 밖에 나오려 하지 않는 열대의 밤에 J는 왜 나와있었을까.

 J도 끝끝내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복지소를 떠나 스스로를 자책하던 J가 죽기를 자처한 밤. 나는 그 날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있네요. 내가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 걸까. 나도 그게 참 궁금해요.




 K는 화성에 와 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받은 그의 피부 탓일까. 그는 화성의 기후 개선 연구원이 되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어느새 13기 인원을 모집 중에 있었고 화성은 예전 건강한 지구의 환경을 닮아 있었다. 지구에 남아있는 것은 극소수의 인원뿐.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위해 남기로 자처한 사람들. J는 후자에 속해있다.


 "K씨, 밥도 안 먹고 어딜 그렇게 갔다 와요?"

 "알잖아, 밖에 데모하는 거."

 "아, 그 지구 살리기 운동인가 뭔가 하는 그거요? K씨가 그런 쪽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네. 근데 K씨는 그게 가능하다고 봐요? 그 행성은 이제 구제할 수 없어요. 냉방 장치며 공기정화 장치며 온갖 수를 다 써봤지만 당장 태양이 커지는 걸 무슨 수로 막겠어요? 물론 거기 남아있는 사람들 생각하면 안타깝긴 합니다만, 지금 지구는 불치병을 선고받은 환자 같은 거예요. 연명치료니 뭐니 애를 써도 소용없다는 건 환자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고요."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잖아. 사람이 살겠다는데."

 "지구에 인공눈을 뿌리자는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K씨도 동참하는 거예요?"

 "안 될 건 없잖아. 잘 녹지 않는 인공눈을 뿌리기만 하면 되는 걸."

 "그런다고 죽은 지구가 살아나요? 아무 의미 없는 데에 예산을 쓸 순 없다고요."

 "의미가 왜 없어? 눈이 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난 모르겠다. 괜히 거기 집회 나가서 여기 사람들 눈에 밉보이지나 말라고요. 다 K씨 걱정해서 하는 소리니까."
 "..."




 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새벽. 지구에 눈이 내린다.

 펑펑. 하얗고 부드러운 함박눈.
 상공을 메운 흰 눈은 어느 집 베란다로, 빌딩의 옥상으로, 버려진 공터로,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 위로 내려앉는다.
 노인의 눈가로, 아이의 손바닥 위로 작고 투명한 결정이 맺혔다가 이내 쌓이지 못하고 녹아 흩어진다.

 J는 요양병동 뒷뜰 벤치에 앉아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 달콤한 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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