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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A Jan 12. 2020

꽃 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아들아, 꽃을 꺾지 말거라.

하지만 엄마, 내 몸에서도 꽃 향기가 나는 걸요.

그건 섬유 유연제 냄새란다.


회색깔 세탁기 위에 놓여있던 연보라색 종이갑.

필요할 때 하나씩 톡, 톡.

더 부드럽게, 더 향기롭게.

그러면 엄마, 나는 이걸 엄마 냄새라고 부를래요.


벅벅 때를 밀어도 지워지지 않는 퍼렁꽃.

나는 그걸 사랑이라 믿었었지.

그런데 엄마, 향기는 붙잡을 수 없는 거야?

엄마도 똑같아. 떠난다는 말도 없이 도망가 버렸잖아.


보고 싶어, 엄마. 그래서 꽃을 꺾었어.

아스팔트 사이에 혼자 피어있던 아이야.

궁금하잖아, 내가 꽃을 사랑하는 만큼

그 꽃도 나를 사랑하는지.


잎을 뜯었어. 사랑한다. 이건 홀이야.

잎을 뜯었어. 사랑하지 않는다. 이건 짝이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거 봐, 당신도 나를 사랑하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내가 꽃을 꺾어서? 함부로 잎을 뜯어서?


짝!

너도 네 아빠랑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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