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성공 팁 (1) - 이직 기회 발견 팁
이직할 곳이 공백인 상태에서 무작정 퇴사를 선언할 수 있었던 건 한시라도 빨리 이 괴로운 상황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왠지 모르게 3개월 안에는 이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사 바깥의 이직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회사를 다니면서 급하게 업데이트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던 기업의 서류 전형에서 줄줄이 탈락했던지라 이직 준비 기간이 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없진 않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Guess what
퇴사 통보 이후 2주도 안 되어 지원했던 3개의 기업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다. 이렇게 빨리 모든 과정이 끝날 줄은 몰랐다. 무일푼 무소속이 되어 이직 준비를 하겠다는 각오로 퇴사를 선언했지만 정말 다행이게도 나는 재직 중인 상태에서 새로운 회사의 입사를 확정 짓고 아주 편한 마음으로 퇴사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6년 동안 두 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연봉 협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나의 가치를 어필하며 제대로 협상해봤다. 전 회사에서 나를 무능력한 사람처럼 만들어버리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겪으며 퇴사를 결심했던만큼 나의 가치를 인정 받는 것 같아 더 감격스러웠다.
구직 과정에서 지원자는 을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이직의 과정에서는 원래대로라면 일주일 정도 소요되었을 면접 발표를 단 하루로 단축시켜 버렸을만큼 채용 과정을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만들었다. 여러 작은 성공 경험들을 맛보면서 느끼는 점이 참 많았고, 이 경험을 잘 정리하여 공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다. 채용 공고 확인부터 면접 준비 그리고 연봉 협상 전략까지 나처럼 이직을 준비하시는 중니어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
1탄 - 이직 기회 발견 및 서류 전형 성공률 높이기
2탄 - 합격률을 높이는 면접 준비 꿀팁 5가지
3탄 - 시장 가치를 끌어 올리는 연봉 협상 방법
사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급하게 이직을 준비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져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인, 잡코리아, 리멤버, 원티드, 잡플래닛 등 주요 채용 사이트만 10개가 넘기 때문에 각자 자신들에게 익숙한 플랫폼 위주로 올라오는 공고 위주로 찾아보게 된다.
함정은 각 채용 사이트마다 특정 산업이나 직군에 특화된 영역이 따로 있어 채용 공고의 Pool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채용 사이트에 올라오는 공고들이 대부분 비슷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다. 나같은 경우는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주로 쌓아왔고, 이직을 희망하는 기업도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잡플래닛, 원티드, 리멤버에 올라오는 공고들이 fit이 잘 맞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주로 공고를 확인하는 플랫폼에는 그런 공고 조차 올라오지 않으니 해당 기업들이 ‘채용 자체를 진행하지 않나?’ 정도로 넘겨버렸다. 너무 안일했다. 지원 여부와 별개로 기회 자체를 축소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링크드인을 보니 넷플릭스, 구글 등 네임밸류가 높은 외국계 기업들의 공고가 널려있는 걸 보고 아뿔싸 싶었다.
구직자는 항상 시간에 쫓기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공고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니 구직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해 fit이 맞는 기회를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이직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도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요 채용 사이트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등록해두고, 제안이 들어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기업과 인사 담당자들이 당신의 역량과 경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기업은 채용 공고를 업로드하고 지원자가 서류를 제출하기를 기다리기(인바운드 채용)보다는 채용 담당자가 직접 후보자를 찾아 먼저 제안을 하는 아웃바운드 채용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어디서 얼핏 봤는데 채용 담당자들은 아웃바운드 채용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 회사 입맛에 딱 맞는 프로필을 가진 인재에게 직접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나 좋다고 고백하는 사람보다 나에게 큰 관심은 없지만 내 이상형인 사람에게 마음이 더 기울게 되는 인간의 심리는 어쩔 수 없나보다)
특히 요즘에는 AI 기술을 적용하여 내 이력서에 기재된 정보와 채용 공고를 분석하여 적합한 인재와 기업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이 많다. AI가 유독 열일했던 날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리멤버에서 무려 5개의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제안이 왔다고 해서 서류 합격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몇몇 기업의 경우 제안을 수락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는데 결국 서류 탈락했다(아니 이럴거면 애초에 왜 제안을 한 것이죠?). 서류 검토 기간도 약 1~2주일 정도로 느리게 진행된다고 느꼈다.
걸러야 하는 ‘묻지마 제안’도 종종 있지만, 이력서와 프로필을 잘 정리해서 등록해두면 정말 좋은 기회도 찾아온다. 한 HR Tech 기업의 인사담당자로부터 제안을 받았는데 나의 프로필에 기반한 개인화된 메시지로 정성스럽게 제안이 와서 커피챗을 진행하게 되었다. 화기애애했던 커피챗 자리에서 면접 제안을 주셔서 서류 전형은 스킵하고 바로 1차 면접 일정을 잡기도 했다.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 지인이 다니고 있다면,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보는 것이 좋다. 채용 공고에는 나와 있지 않은 기업과 포지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나와 fit이 맞는 회사와 업무인지 미리 파악할 수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고, 호감을 가진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B2B 마케터를 뽑고 있었다. 자격 요건과 우대 사항 등의 공고를 읽으니 마치 ‘나를 위해 만든 공고인가?’ 하는 착각이 들며 한껏 들떴었다. 아는 지인이 과거에 그 회사에 근무했던 걸 알아서 조심스럽게 연락을 했다. 엄청 편한 사이의 관계는 아니었지만 흔쾌히 퇴근 후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정보를 주셨는데 그를 통해 전해들은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근무 시간이 10 to 10이라고 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아니, 일이 많고 바쁘면 당연히 야근할 수 있는데 매일 야근이 고정된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대놓고 개인의 삶보다는 일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기업에는 내가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신사업을 위해 조직적으로 리소스를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데,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기존 사업의 경우는 점차 축소될 예정이라 일하는 재미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조언해주셨다. 통화 이후 해당 기업에 지원할 마음이 싹 사라졌고, 지원하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요즘은 인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사내추천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 정말 많은데 사내추천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채용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지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B2B 마케터를 뽑는다는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떨어지면 창피하니까 Super shy하게 몰래 지원하고 결과가 나온 뒤 나중에 지인에게 공유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지인 찬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A야, 너네 회사 마케터 뽑는 중이네? 혹시 회사에 사내추천제도 있어?
있으면 나 추천해줘
다행히 추천제도가 운영되고 있었고, 바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틀 뒤에 인사팀으로부터 서류 합격 메일이 왔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 마케팅팀 리드의 링크드인 프로필도 전달 받았는데, 그 분의 경력과 짐작되는 성향 및 특성 등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면접을 준비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사내 추천은 면접 전형까지 나를 데려다주는 지름길이고, 면접부터는 오롯이 내 힘으로 나를 증명해야 한다. 그래도 면접 과정에서 느꼈던 건 사내 추천으로 면접 전형에 올라온 지원자에 대해서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채용 공고를 통해 직접 지원한 후보자 대비 신뢰에 있어서는 살짝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는 것을 느꼈다(결과적으로 그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이직의 첫 단추는 나와 Fit이 잘 맞는 회사, 직무의 기회를 발견하는 일이다. 마케팅 퍼널에 비유하자면, 첫 단계인 인지에서 마지막 단계인 구매로 갈수록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으니 가장 앞단에 있는 채용 기회 발견에서 모수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리어 전환기에 그동안 몸 담았던 산업, 직무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기회의 문을 열어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선택지를 확장하여 모든 면접 제안에 수락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하고 에너지를 분산시켜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기회를 탐색하다가 fit이 잘 맞아보이는 공고를 발견하거나 제안을 받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다음 편 글에서는 채용 전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면접 준비 팁을 전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