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주먹 쥔 손이 에어컨 리모컨과 부딪히면서 잠에서 깼다.
나를 바라보며 잠든 남편 얼굴이 보였다.
잠결에 나는 주먹을 휘둘렀고, 다행히 남편 얼굴을 맞히진 않았지만. 아슬아슬하게 남편 베개와 그 아래의 에어컨 리모컨을 세게 맞췄던 것이다.
서로 다정하게 마주 보며 잠들었는데,
남편 죽탱이를 맞추는 것을 끝날 뻔했었다. 천만다행 스쳐가서 남편이 모르길 다행이지, 남편 얼굴에 멍이라도 들었으면 어쩔뻔했나.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거실 소파로 갔다.
역시 같이 잠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무엇인가에 화가 나서 주먹질을 막 하다가 회심의 어퍼컷을 날렸던 것 같다. 온 힘을 잔뜩 실어서, 정확하게 적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더랬다. 속으로 이건 진짜 명중이다 내가 이겼다라고 회심의 웃음을 지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현실에서 똑같이 온 힘을 다해서 주먹질을 한 것이다. 정말 남편이 베개를 조금만 앞으로 베고 있었다면, 남편 코를 엄청 세게 때렸을 것이었다. 실제로 내 손등에 에어컨 리모톤을 맞춘 자국이 발갛게 있었을 정도니까.
아침에 잠에서 깬 남편이 왜 같이 자다가 거실로 나갔내고 물어봤다.
내가 잠꼬대뿐 아니라 주먹질을 해서 당신 죽탱이 날아갈뻔했다고 말하니 믿질 않는다. 설마 대충 흐느적댔겠지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내가 또박또박 큰 소리로 쌍욕 하듯이, 진짜 힘을 잔뜩 실어서 주먹질을 했다고 하니 그제야 진짠가?? 하는 눈치다.
자면서 쌍욕을 하는 것도 너무나 싫다.
같이 종종 잠을 자는 둘째가 "엄마는 자면서 참 다양한 욕을 잘한다"라는 말을 듣고는 둘째랑 자고 싶지도 않아 졌다. 그런데도 둘째는 자꾸 괜찮다고 잠꼬대니까 괜찮다고 같이 자자고 한다.
가뜩이나 피곤한 남편이 내 잠꼬대와 코골이로 잠을 못 잘 까봐 같이 자기 싫다고 하면,
그래도 괜찮다고 같이 자자고 한다.
나란 여자 참 복 많은 여자이다
그런데 왜 자꾸 꿈만 꾸면, 입에 담기 힘든 쌍욕을 하고, 주먹질까지 할까?
그런데 쌍욕은 듣고 흘리면 땡이지만,
애들하고 잘 때 주먹질하고, 애들을 때리기라도 하면 어쩔 건가 하는 생각에
결국,
수면 다원검사를 신청했다.
정신과 선생님은 잠꼬대는 결국 스트레스, 내재된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라고, 약을 먹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다른 것은 좋아지더래도, 잠꼬대는 더 심하면 심해졌지 절대 나아지지 않았다.
자기 전에 먹는 약을 먹으면 낮에도 졸리고, 약을 먹는다고 잠꼬대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전에 먹는 약은 자꾸 안 먹게 된다.
다음 진료는 9월 중순인데. 그때까지 기다리기도 힘들고, 어차피 코골이 때문에 양압기도 하고 싶었으니까 그냥 수면다원검사를 신청한 것이다.
사실
매일 욕하는 꿈만 꾸는 건 아니다. 야한 꿈도 매일 꾼다. 정말 정신상태가 지저분한가 괴롭다.
욕하고 때리고 야한 짓만 하는 변태 중에 변태인가 싶다.
한창 힘이 넘치는 스무 살도 아닌데
마흔 중반 폐경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게 무슨 일인고 싶다.
그래도 과학이 발달한 덕에 검사를 할 수 있으니 감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