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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Dec 13. 2019

드디어 첫 상담치료를 받았다

휴직일기(4)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는 9월부터 받았지만, 제대로 된 상담치료는 받지 않고 있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느라 12월까지 제대로 된 진단도 받지 못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건가

병원이 아닌 그냥 상담소라도 갈까 했지만 내 병이 뭔지 알고 시작하고 싶어서 미룬 것도 한몫했다

어쨌든, 이제 제대로 한 병원에 정착했고 의사선생님이 상담치료도 하라고 처방해주셨으니 제대로 상담을 받기로 했다



상담은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됐지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긴다는 점에서 기대가 더 컸다

그동안 내가 아프게 된 과정과 내가 거쳐온 마음 상태에 대해서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어서.. 이런 기회에 대한 갈증이 컸던 거 같다

좋아하는 선배를 겨우 찾아가 이야기를 터놓았을 때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생각할수록 선배에게 너무 감사하다, 나중에 선배에 대한 글도 써야지)



첫 상담이라 그런지 커다랗다고 해야 하나, 넓은 질문을 주로 받았다

내가 상담을 통해 어떤 것을 얻고 싶은지, 최근에 어떻게 지냈는지,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오늘 상담은 어땠는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거의 많이 이야기들이 기억나서 꽤 많은 사건들에 대해 말하게 됐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 오빠에 대한 이야기, 아빠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내가 말을 할 때, 슬픈 사건들은 아주 기억이 선명하고 여러 가지가 기억났다

선생님에게 술술술 말했다



반대로 가족들과 보냈던 행복한 시간은 뭐였냐는 질문에는 전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살면서 즐거웠던 시기가 언제였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내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긴 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답을 못할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니 당황스럽고 슬펐다



그래서였나

내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사이좋게 지냈던 엄마에 대해서 말할 때는 유독 감정이 복받쳤다

특히 (가족이랑 있었던 즐거운 일은 모르겠으면) 엄마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뭐냐는 질문에

수능을 친 이후에 일찍 집에 돌아가면 집에 있던 엄마랑 호떡을 먹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아주 사소하고 별일 아닌 기억인데, 그게 나한테 가장 특별하고 행복한 기억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그리고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이 슬펐다

그렇지만 나는 좋았다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친구들과 남자친구를 보기가 불편하고 힘들어서

하고 싶어도 꾹꾹 담아놓기만 했는데, 엄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좋았다


2011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충분히 엄마를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보내주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묻어두기만 해서 지금 내 맘이 더 힘든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는데..

어쩌면 이번 상담이 엄마를 충분히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이야기만 할 건 아니지만, 엄마 이야기를 해도 되어서, 나는 오늘 좋았다

슬펐지만 마음껏 슬퍼할 수 있어서

오늘 첫 상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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