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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우린 모두 실패자다.(끝)

by 김라마

'죽음은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드는 부조리한 사건이다.'

-장 폴 사르트르-


'인간은 죽음을 향한 존재다. 그리고 죽음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다.'

-마르틴 하이데거-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이는 그것이 모든 사람의 마지막이며 살아 있는 사람이 그것을 자기 마음에 유념할 것이기 때문이라.'

-전도서 7:2-




죽음 경험하기


삶이 너무 아름다워서 죽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순간도 많다.

나의 경우에는 술 마신 다음날 죽음이 문득문득 코 앞에 다가온 것처럼, 죽음의 공포가 느껴진다. 죽음에 대해 아주 직관적으로 느껴지는데, 아마 술 마신 다음날의 호르몬이나 도파민 체계가 교란되어 생기는 현상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외에 자기 전에 한번 상상해 본다. 잠들듯이 죽는다는 말이 있듯, 잠드는 이 순간이 바로 죽는 순간이라면?이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또 놀이기구를 타거나,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이라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패러글라이딩을 할 때 죽는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왜냐하면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의미에서 죽음과 속성이 비슷해서 죽음을 간접경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드니, 몸과 정신에 조금씩 노화가 일어나는 것이 체감된다. 그럴 때도 죽음에 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와닿지 않는 죽음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7살 무렵부터 죽음을 생각해 왔으니, 나만큼 죽음에 대해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오해할까 봐 더 명확히 쓰자면, 내가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아니고 '죽음'자체에 대한 생각이다.


난 가끔 내가 34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은 아직 20대 초인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걸까?

우리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듯 문득 우리는 죽음을 마주할 것이고, 그것을 마주할 때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는 생각과 동시에 허무함과 허망함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죽음'을 생각하면 와닿지 않는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당장의 삶이 급해서일까? 죽음에 비해 삶이 너무나도 거대해서일까?

그렇다 해도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죽음에 대해 관심이 없다. 마치 나의 결점을 직시하지 않고 애써 좋은 면만 보려고 하는 것처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작고 무력하기에 죽음을 외면하는 걸까?


나는 죽음에 대해 알고 싶다.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싶다.

죽음에 대해 알아야 내 삶을 '제대로 의미 있게' 구성할 수 있다. 그렇기에 죽음을 항상 생각하고 싶다.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인데'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헛되고 의미 없다. 역설적이게도 죽음 앞에 서면 복잡하고 답이 없다고 느껴졌던 것도 제대로 보인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에 시한부인 교수님의 이야기처럼, 죽음이 가까웠음을 안다면 삶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왜 죽음이 코앞에 닥쳐서야 삶이 제대로 보이는 걸까? 나는 그러기 싫다. 미리 죽음을 마주할 때를 대비하고 싶다.


그건 그렇고 나의 죽을 날은 과연 언제일까? 그리고 나는 그 순간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신께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바로 오늘,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이 떠오른다.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을, 소중한 나의 생명력을 너무나도 간절하게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다.




죽음에 대해 쓸 말이 너무 많지만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영성 관련 책을 펴내는 출판사에 대뜸 찾아가서 삶과 죽음에 대한 책들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고, 스승님을 따라 100일 동안 산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윤회사상이 섞인 뉴에이지 사상에 심취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성경을 공부하고 있다.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이 삶을 제대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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