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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이슈

실패의 연속

by 김라마
KakaoTalk_20250918_235952762.png 가장 최근의 음주 사진

술을 나에게 참 애증의 존재다.


아버지가 술을 좋아하신다.

그로 인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걸 아는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나도 아버지처럼 술을 참 좋아한다.

나도 술로 인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술을 왜 끊지 못하는 것일까?


술이라는 것이 우리 윗 세대 아버지들의 희로애락의 전부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기분 좋으면 좋다고 한 잔, 기분이 안 좋으면 안 좋다고 한잔..

그걸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으니, 나 또한 그 조기교육의 DNA가 심겨 있겠지.


원래 F 성향이 큰데, 그나마 일상에서는 비교적 이성적인 편인데, 술을 마시게 되면 감성적인 부분이 아주 활성화된다. 그래서 내가 채워야 하는 '감성 할당량'을 술을 마시면 빠르게 채울 수 있다. 그래서 술을 끊기가 쉽지 않다.


'감성 할당량'을 빨리 채워주는 대신에 술은 부작용이 심한 편이다. 그중 나에게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과음한 다음날엔 도파민 체계가 엉망이 된 것인지 컨디션이 아주 좋지 않고, 상당히 예민해지고, 좀 우울해지고, 섬세한 자극에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극적인 음식이 땡기고, 집에 누워 해야 할 일은 미뤄놓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게 된다.


과음한 다음날을 통째로 날린 기분이 들고, 한 마리의 잉여인간이 된 느낌이 든다. 현타가 심하게 온다.


이 음주의 악순환의 굴레가 너무 싫어서 술을 3개월 동안 끊은 적이 세 번이나 있다.

술을 안 마시면 꽤 좋다. 그런데, 인생의 어딘가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술이 채워주는 행복감이 분명히 있다. 적당히 마시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술을 안 마시면 삶이 허전한 느낌이 들고, 술을 마시면 후회하고.. 실패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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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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