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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cm의 작은 키

키 작은 사람의 짧은 변명

by 김라마

나의 콤플렉스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키 작은 것’이 정말 아무렇지 않다. 지금보다 키가 더 컸다면 나았겠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고 '나'라는 아이덴티티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모든 일이 장단점이 있듯 키가 작은 것도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물론 키가 작으면 전형적인 멋진 남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그것이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덕분에 전형적이지 않은 나만의 매력(?)이 생겨버린 것 같다. 그것이 장점인 것 같고,


단점은 높은 곳에 물건을 꺼낼 때 나보다 키가 큰 아내에게 부탁해야 한다는 점과 옷을 살 때 팔길이 다리길이 수선을 해야 한다는 점과 옷태가 안 산다는 점?


학창 시절엔 키가 작아서 참 속상했다. 친구들이 아무렇지 않게 놀리곤 했는데 상처를 많이 받았다. 입고 싶은 멋진 옷이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아서 어울리지 않았다.


사춘기 때는 정말 키 때문에 <인생 리셋버튼!>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누르고 싶었다. 그리고 대학생 때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지금의 아내에게 소개팅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겠나. 그냥 받아들여야지.


키높이 깔창을 신어서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를 지우고 조금이라도 커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나를 사랑하고 나다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

키 작은 것이 나의 정체성의 일부인데, 그걸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키가 작은 사람이 못나 보이는 것은 [자신감을 잃은 모습] 때문이다. 키 작은 것이 나의 자존감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바꿀 수 없는 것에 신경 쓰기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들에 집중해야 한다.


키가 작다고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얼굴이 못생겨도 자신감 있는 표정을 가지고 있다면 잘생겨 보이고 예뻐 보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키 작은 것이 나의 핸디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핸디캡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대학교 입시면접을 볼 때는 '작은 키'를 소재로 자기소개를 적었다. 키가 작은 것이 단점일 수 있지만, 친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는데, 그 당시 면접관들의 반응이 좋았고 합격까지 할 수 있었다.


'키 작은 게 뭐가 중요해. 사람이 한결같잖아'


라고 아내의 할머님께서 언젠가 이야기하신 적이 있다. 최고의 칭찬이었다. 껍데기가 아니라 나의 내면을 인정해 주신 것 같았다.


사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만약 있다면 인간미가 아주 떨어지는 사람일 것 같다. 저마다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간다. 콤플렉스를 지우고 숨기려 하기보다는, 수용하고 콤플렉스와 함께 살아가는 편이 인간미 넘치고 자기답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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