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 교사, 이태경
인터뷰어 :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 교사, 이태경
인터뷰이 :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매니저, 윤성민.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에 중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학생들에게 학교 밖의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연결해주었다. 그러던 중 유스보이스를 알게 됐다. 청소년이 자신의 목소리를 미디어로 표현하는 과정과 중요성을 말하는 유스보이스의 모습에 공감했다. 17년부터 꾸준히 유스보이스 교육을 학생들에게 전해주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컨퍼런스에서 직접 강연도 했다. 강연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나가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는 경험과 미디어로 표현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 청소년들이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게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계기는 무엇인지, 왜 꾸준히 이런 경험을 주려고 하는지,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표현한 청소년의 변화는 무엇인지, 학교 교육에서 이런 경험이 왜 필요한지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태경입니다. 새로운 것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메이커이자 교육 활동가입니다. 이천양정여고에서 중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기를 표현하거나, 가치 있는 변화를 위해 도전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스보이스와 어떻게 처음 알게 됐나요?
학교에서는 2014년 말부터 예술가분들과 예술교육을 진행했어요. 당시 만난 예술가 선생님들이 유스보이스에서 활동했던 분들이에요. 그 교육을 하다 보니까, 학교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교육을 해야 되는구나 싶었어요. 마침 그때 제 전임자가 대안교육 예산을 따온 게 있었고, 제가 실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처음 대안교육을 접했는데,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는 거였어요. 표준화된 교육으로 일반학교에서 담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하는 거죠.
학생들은 교과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배움에 대한 선택을 하고 싶고 경험을 갖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평범한 인문계 학교이지만, 그 안에서 대안적인 교육의 하나로 자기를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창작 클래스를 열어주었던 것이 예술학교의 시작이었어요. 그러면서 더 많은 예술가분 들을 알게 되고, 창작 프로그램도 알게 되고, 유스보이스를 알게 됐어요.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유스보이스를 만났고, 2017 년에 학교에서 공식 교육을 하면서 더 깊어진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어 하셨던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보다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참여한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더 잘 지원해줘야겠다 생각하게 됐어요.학교 안과 밖의구분 없이, 내가 배우는 게 자기 삶이랑 연관되어 있고, 적용할 수 있거나, 세상과 연결되어야지 호기심도 생기고 동기부여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왜 배우는지 먼저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 때문에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기회가 있으면 자연스레 소개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내 교과를 잘 이해시켜주는 건 무척 중요해요. 학교가 지식만 배우는 곳은 아니잖아요? 인간관계도 배우고, 세상이나 사회를 만나기도 하고, 인성과 예절도 배우고.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선생님의 역할이 교과와 더불어 다양한 배움의 기회와 현장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고, 촉진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교사가 그런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학생들에게 주려고 하고요.
기억에 남는 교육은 무엇이었나요?
유스보이스 교육을 할 때, 가능하면 저도 함께 참여를 했어요. 각각의 예술가가 기획하면 프로그램이 천차만별일 것 같은데, 유스보이스 교육은 소재는 다 다른데 결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거죠. 그 목적이 스킬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정말 가벼운 도구 하나로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예요. 또 그 과정이 굉장히 즐겁고.
교육을 위해서 유스보이스와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예술가분들이 사전에 함께 수업을 어떻게 끝맺고, 공유할지, 어떤 식으로 학생들이 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낼지 준비 많이 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 번은 드로잉 수업에 들어갔는데, 수업 자체가 항상 신기했어요. 교육자님이 "오늘은 우리 학교의 질감을 채집해 볼까?", "오늘은 우리 학교의 소리를 채집해 올까?" 이렇게 말씀을 하시고. 사실 드로잉에서 질감? 소리? 이런 이야기가 신기하잖아요? 그렇게 몇 시간을 채집해온 것으로 우리 학교를 표현하고, 완성된 작품을 아뜰리에 안에서 공유하고, 모든 클래스를 한자리에 모아서 공유하고. 그렇게 내 목소리를 모두 앞에서 내보는 거죠. 그 과정 자체가 인상 깊었어요.
내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나누고, 다른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같은 영상을 만들어도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그런 과정에서 서로가 다르단 걸 알고, 존중해주는 흐름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학생들에게도 큰 무대에 서서 내 작품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소중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실제 학생들 반응 중 기억나는 것도 있으셨나요?
정말 유스보이스 교육 날만 기다리는 친구도 있었고, 일주일에 중 유스보이스 교육하는 시간이 여행 갔다 온 시간 같았다,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었어요. 기존 교육과는 너무 다르니까. 보통은 뭔가를 듣고, 기억하고, 평가받는 걸로 끝나는데, 유스보이스 교육은 그런 부담이 없었죠. 숙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시간에 와서 즐겁게 참여하면 끝나니까. 그런 면에서 이 시간이 정말 힐링된다, 여행 떠난 것 같다,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게 되어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프로그램을 기획한 선생님으로서도 동기부여가 돼요.
선생님이 본 학생들의 변화도 있었나요?
학생들의 성장이나 변화는 사실 복합적인 거라 미디어 교육 하나만을 가지고 생겼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함께 참여하면서 관찰한 건 학생들이 정말 즐거워했다는 점이에요. 그렇게 즐겁게 참여해 준 학생들 중에서는 그때 본인이 가진 관심사나 생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당시 <곧은 래퍼>라는 수업을 들은 학생은 현재도 꾸준히 작곡하고, 대학교 음악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소식을 종종 전해줍니다. 매년 꾸준히 참여했던 어떤 학생은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생각을 갖게 되어서, 학교 곳곳에 안전을 위한 사이니지를 직접 제작해서 부착하고. 또 '학생들에게 왜 예술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교내에서 강연도 했어요.
자신을 목소리를 내어보고 표현해보는 활동을 이어가면서 학생에 따라 자기 위안을 얻기,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건전한 취미로 확장시켜나가기,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을 얻기,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과정으로 삼기, 같은 소재를 가지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며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었다는 등 참여 학생의 수만큼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유스보이스 컨퍼런스에서 직접 강연도 하셨어요. 당시 “학생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나가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는 경험과 미디어로 표현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하셨는데, 이 경험이 청소년들에게 왜 필요할까요?
한 번은 저희 학교 학생들이 초등학교 1 일 교사가 되는 활동을 했어요. 거기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이 문제 누가 풀어볼 사람?, 읽어볼 사람?"이라고 하면 손을 잘 안 들어요. 저희도 그걸 생각하고, 발표를 못 할 걸로 예상해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수업을 준비해서 갔어요. 가서 "누구 한번 얘기해 볼까?" 했는데, 정말 25 명 중 25 명이 "저요!!" 하면서 손을 들더라고요.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으니까, 얘기해보라고 했는데, 다 할 수 없어서 몇 명의 대답만 듣고 넘어가려고 하니까 애들이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도 대답할래요." 라면서.
초등학교 때는 그렇게 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대체 언제부터 내 이야기하는 걸 스스로 제한하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면 중등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틀려도 내 목소리 내는 걸 자신 있게 말했는데, 일정시간내에 나가야할 진도가 생기고 배우는 게 많아지면서 내 목소리 내는 걸 제한하게 되고, 정답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내고 교류하는 허용적인 분위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정답이 아니면 창피를 당하기도 하고. 그래서 스스로 내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구나. 오히려 아동 청소년기부터 꾸준히 자기 생각을 말하게 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정답만 말하도록 반대로 가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아동기 때부터 잘 말하던 그 모습을 청소년기에도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내 생각을 표현하면 어떤 점이 좋은 걸까요?
저마다의 고유성이 있잖아요? 저마다 다른 모습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가 어떤 모습에 대해서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건데, 그게 다를 뿐 틀린 게 아닌데, 그런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면 네 편과 내 편으로 갈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도 조심하게 되고. 이런 모습이 어려서부터 습관화되어서 나타나는 것 같아요. 다른 것에 대한 존중 없이 다양성을 경험해보지 않고, '공감'이 아니라 '동감'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을 해요.
어려서부터 내 생각은 이렇다 말하고, 너의 생각은 다르구나를 말하고 알면서 성장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내 내면을 관찰하고, 표현하면서 나만의 고유한 면을 찾고 길러 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예술활동이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여유를 주고,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삶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학생들에겐 어떤 걸 주고 싶으세요?
과거에는 누가 더 많이 알고 있고, 지식을 빨리 꺼내느냐가 중요했어요. 요즘 세상은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느냐 같아요.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고요. 단순 지식이나 정보는 이젠 굳이 내가 외우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바로 검색해낼 수 있어요. 반면, 내가 원하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은 요즘은 기본적인 툴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고, 기초적인 학습능력만 있으면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어요. 마침 내가 이 부분에 관심이 있으니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 학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으실까요?
최근에 학교를 아예 미래학교로 전환시키자는 생각으로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2017년에 먼저 준비단계로 작은 실험을 했었습니다. 건축가님과 사용자참여설계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공간 이름을 '라이트룸'이라고 지었어요. 아이들이 주인공이 돼서 빛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라이트룸이었는데, 만들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구하고 설계도에 반영하면서 실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됐어요. 그걸 보면서 학생들이 우리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의미에서 권리를 뜻하는 Right 와 빛을 뜻하는 Light 를 합쳐서 라이트룸이라고 지었어요. 이렇게 이름을 짓고, 사용자가 완성한 공간이야기로 학생들이 학교 공간 혁신 공모전에 나갔는데, 경기도 1 위도 하고, 경기도교육감 상도 받고. 우리가 한 거 인정받고, 상도 받았다고 학생들이 엄청 뿌듯해했어요.
학생들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공간을 만들면서 메이커실도 만들었어요. 학생들이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물품을 갖춰놨습니다. 또 주방이 있었는데, 현재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요. 카페를 내서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고, 작은 방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누구나 소규모 전시관, 강연장을 만들었어요. 학생이나 선생님 모두 네이버에서 예약만 하면 사용할 수 있어요.
이처럼 먼저 작게 실험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을 더 확대해서 배움의 공간 전체를 미래교육 공간으로 설정하고 사용자가 설계에 참여해서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유스보이스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유스보이스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변치않고 갖고가야할 방향과 목표가 분명한 것 같아요. 하고 계시던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발전해나가시길 응원합니다. 학교안에서도 계속 유스보이스를 만날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