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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보이스 Feb 15. 2022

제 삶의 가이드를 찾았어요.

유스보이스 미디어 교육 <곧은 래퍼> 참가자, 엄혜영



유스보이스 덕분에

제 삶의 가이드를 찾았습니다.


인터뷰어 : 유스보이스 미디어 교육 <곧은 래퍼> 참여자, 엄혜영 

인터뷰이 :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매니저, 윤성민.


#. 딴짓 덕에 랩을 하다

유스보이스를 통해 학교에서 랩 수업을 들었다. 가사를 쓰고, 녹음하고, 무대에서 공연했다. 학교에서의 미디어 교육과 작업의 경험이 특별했는지,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음악 동아리에 가입하여 작사, 작곡, 공연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교과과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나를 랩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고, 공연까지 하는 경험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 또 미디어 교육이 학교 안에서 왜 필요하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들어본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에서 유스보이스 <곧은 래퍼> 수업에 참여한 엄혜영입니다. 현재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곧은 래퍼> 수업은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요?

제가 다닌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에 유스보이스가 와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곧은 래퍼>는 그 중 하나였어요. 직접 가사를 작성하고, 랩을 한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원래도 랩을 좋아해서 많이 들었어요. 쇼미더머니도 좋아하고. (웃음). 그때만 해도 랩을 듣기만 했지 직접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때즘 우연히 알게 된 친구가 직접 가사를 쓰고, 랩을 해서 만든 음원을 들려줬어요. 공부도 잘하는 친구였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라고 못할 건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참여했습니다.


참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이제 곧 고3이고, 공부를 해야 되고, 학업과 성적에 지장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하지만, 돌이켜보니 나에 대해서 제대로 탐구한 적이 없고, 내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더라고요. 학교에 이태경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그 선생님 덕분에 만날 수 있던 기회이고, 마지노선처럼 느껴져서 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곧은 래퍼>는 어떤 수업이었나요?

처음에는 가사만 쓰고, 그냥 랩을 하는 수업이었어요. 당시 교육자가 술래님이었는데, 첫 수업 때 "랩 네임을 정해볼까?" 그러셨어요. 그게 너무 신선했어요. 친구랑 고민을 하다가 'Here'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 뒤에는 술래님이 주는 비트를 아무거나 선택하고, 가사를 쓰면 되는 거였어요. 랩은 우리끼리 하고.


그런데, 그때 이태경 선생님이 작곡 프로그램을 가져오셔서 "여기에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봐." 그러셨어요. 그냥 랩 가사만 써보는게 아니라 작곡까지 해볼 수 있는 기회라 너무 신났어요. 선생님이 본인도 랩 네임 지어달라고 그러시고. (웃음). 선생님이 가져오신 프로그램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는거에요. 그 뒤로 샘이 시킨 것도 아닌데, 나중엔 학교 쉬는 시간 10분을 태경쌤 컴퓨터로 달려가서 곡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수업을 하면서 랩 가사를 쓰고, 랩을 하고, 제가 만든 비트에 얹어서 곡을 만들었어요. 나중에는 친구들을 교실에 모아서 공연도 했는데, 수십 명이 와서 호응해주고.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심지어 한 친구는 제 곡을 보내달라고 하면서 듣고 다니고. (웃음)


그렇게 해서 만든 곡이 <Fly> 예요. 곡 소개 부탁드려요.

Fly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의 심정을 잘 반영한 곡인데요 (웃음). 제 고등학교 삶이 다 들어가 있어요. 입시 때문에 힘들고, 이겨내고 싶은 고등학교 2학년의 현재의 내 모습을 잘 담아내고 싶어서, 입시로 겪는 불안감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충을 가사에 담았어요. 결국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늘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원하는 것을 이뤄낼 거야. 이런 이야기를 적었어요. 음악적으로 뛰어나진 않았지만, 가사는 지금 봐도 잘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친구랑 함께 가사를 썼는데, 친구가 쓴 부분 중 마지막 부분에 '어두운 방에 날 감추는 스탠드, 나의 연필 소리로 방 안을 채워.' 이 부분을 굉장히 좋아해요. 지금 봐도 공부하는 심정이 드러나 있어요.


제가 썼던 부분 중에서는 'To the sky, To the sky, fly to the sky and speak your mind and see your world' 이 부분이 제 심정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아요. 별을 향해서, 하늘을 향해서 가자.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나의 세상을 보자, 라는 의민데, 넓은 미래를 보고 싶다던 저의 심정이 잘 담긴 것 같아요.


Fly의 가사들은 정말 그때만 쓸 수 있는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가 글로, 랩으로 남아 있으니까 굉장히 좋아요. 직접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가 더 크고요.


곡을 만들고 난 뒤, 주변의 반응은 어땠어요?

아버지께서는 차에서 제가 만든 곡을 틀고 다니셨어요. (웃음). 하루는 학교 끝나고 저를 데리러 오셨는데, 갑자기 차에서 투 더 스카이, 투 더 스카이 목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이걸 왜 듣고 있냐고 하니까, 제가 카톡으로 공유드렸던 걸 다운로드하여서 계속 듣고 계신 거예요. 딸이 만드니까 좋으셨나 봐요. (웃음).


친구들도 엄청 좋아했어요. 가사에 공감을 많이 해주고, 울기도 하고. <곧은 래퍼> 수업을 듣고 유스보이스 컨퍼런스에서 직접 공연도 했는데, 어떤 분이 저를 찾아와서 노래가 진심으로 좋다고, 노래 음원 보내줄 수 있냐면서 명함도 주셨었어요. 그렇게 제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좋아해 주고,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어요.


유스보이스 컨퍼런스 중


학교 축제 때도 나가서 공연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유스보이스 활동을 계기로 '내가 작곡을 할 수 있구나.' 욕심과 흥미가 생겨서, 혼자 나가서 랩을 했어요. 무슨 깡이었는지. (웃음).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의 심정을 담은 가사를 써서 불렀는데, 가사에 공감이 됐는지 친구들이 많이 울었어요. 


시험기간이었는데, 혼자서 랩을 연습했던 게 지금 생각해도 좋은 추억이에요. 고3 때 입시를 위한 외로운 싸움을 하는데, 가사와 곡을 쓰는 그 시간이 유일한 취미였던 것 같아요. 어느 곳에서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사에 진솔하게 담고, 내 이야기로 다른 친구들도 위로받았다고 하니까 너무 뜻깊었어요. 축제 전체에서 2등 하고, 1학년에 팬클럽 생기고. 그런 경험이 좋은 원동력이 됐고, 대학 와서도 음악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유스보이스여서,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추억입니다.


학교 내에서 10대 시절에 그런 교육이 왜 필요할까요?

학교에 다니면 이상하게 공부에 대한 부담은 주는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진로를 찾으라고는 안 해주는 것 같아요. 유스보이스 활동은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어요.


형식적인 진로 수업 말고, 터놓고 이야기하고, 흑역사일지언정 내 이야기를 쓰고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내가 원하는 것과 재밌어하는 것이 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어떤 건지 알고 선택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전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사실 쉽지 않아요. 특히 고등학생 때는 입시에 모든 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 같아요. 그게 가능해야 공부도 능동적으로 하게 되고, 대입이 아닌 인생 설계가 가능하니까. 현실적으로 말하면,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도 있고, 대학 가서 만족도도 달라져요.


일부 어른들은 제가 랩 하는 모습을 '딴짓'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나이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전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잡았고, 그 활동으로 얻은 자신감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어요.


10대 시절 유스보이스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10대 시절 유스보이스 경험이 제 방향성을 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어요. 입시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줬고, 내 목소리를 내는 게 이런 거구나 알게 됐어요. 작곡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 다니는 대학교의 음악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 동아리에 작곡으로 들어갔어요.


그때 생긴 작곡의 관심을 놓지 않고, 장비도 구매하고, 학원도 다니고, 제가 만든 곡으로 홍대 공연장에서 공연도 하고. 지금도 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또 할 것 같고.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취미로나마 조금씩 제 이야기로 기록을 남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의 유스보이스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다닌 양정여고는 너무 시골이어서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유스보이스가 학교에 더 찾아와서, 학생들에게 목적을 잘 찾고, 삶을 보는 시선을 기르라고 알려주면 좋겠어요. 공부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병행하는 게 좋은 삶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세요.


유스보이스 이전에는 학교에서 나 자신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어요. 유스보이스가 찾아와서 제게 그 기회를 준 것 같아요. 물론 이 과정에서 학교 내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의 역할도 많았을 것 같아요. 어쩌면 저희 학교에 이태경 선생님이 계셔서, 유스보이스를 만난 것 같기도 해요.


그때의 이태경 선생님과 유스보이스가 없었다면 지금 인터뷰를 하지도 못하고, 음악을 만들지도 못하고 듣기만 했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제 삶을 바꿔준 거예요. 제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의 유스보이스도 학교에 찾아와 학생들에게 나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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