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그만두기로 2018년 11월, 육아휴직 2년간을 어떻게 보낼까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번 생에서 직장인은 딱 여기까지.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수익 창출과는 상관없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에 나의 재능까지 잘 살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
적성과 맞지 않은 직무로 나의 직장인 라이프는 재미도 없었고 보람도 없었다. 비서를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누가 봐도 비서는 나와 맞지 않았다. 생계를 위한 돈벌이는 남편이 담당하는 걸로 결론 내리니 할 수 있는 것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간 만들어왔던 7개의 부캐를 소개해볼까 한다.
나라에서 주는 육아휴직급여를 받으면서 나의 미래를 준비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제일 해보고 싶었던 개인 방송에 도전해보았다. 마이크 앞에서 말하고 노래하는 것을 재미로 여기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1번 부캐. 얼굴이 공개되고 편집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튜브 대신 오디오 콘텐츠인 팟캐스트는 제작도 쉽고 편집도 간편하다. 거창하게(?) 2장짜리 제안서까지 만들어 프리랜서 시절에 함께 일했던 동생에게 함께 하자 제안했고, 1인기업의 생존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 <송프라김프리쇼>는 2019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했고 2년간 110개의 콘텐츠를 끝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2년간 꾸준히 진행해보니 팟캐스트는 나와 정말 잘 맞는 매체였다. 파트너 없이 혼자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다시 한번 새로운 컨셉으로 새로운 파트너와 꾸준히 방송진행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독서모임에서 만나게 된 지인에게 함께 방송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지금은 주도적 인생을 위한 생존공부 토크쇼 <주인공쇼>를 진행하고 있다. 자존감을 높히고, 자신감을 키우는 실용적인 심리꿀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팟캐스트를 시작한지 벌써 2년 6개월째. 오디오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의 삶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보람있다.
덤으로 유튜브도 하고 있다. 유튜버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구독자 수와 조회 수 따위에 1도 집착하지 않으며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 채널이 커지든 말든 정말 재미로, 기록용으로, 가끔 교육적으로(?)할 말이 느닷없이 생길 때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목적은 아이를 키우면서 1인 기업가로 살아가기 위함이었다. 정확히 언제라고 이야기하긴 애매하지만 나의 두 번째 자영업을 제대로 시작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시간, 지식과 정보를 Input 하고 내면 성찰을 위한 집중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바꾸는 게 첫번째 해야할 일.
새 인생, 새출발을 위해 시작한 새벽 기상은 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새벽 기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고 새벽기상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달라지게 만들어주었다.
방해없이 고요한 새벽은 나에게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매일 읽고 쓰는 5분 셀프 코칭 덕분에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좀 더 강화해야겠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됐으며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는 방법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알게 되었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과감하게 빼버리며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교육이나 강의를 듣는 것은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라 지금의 내 상황과는 맞지 않았다.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해보다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습관만들기, 자기계발, 1인창업에 관련된 책을 150권 정도 읽었다.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하는 날이 많아져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매일 하루에 한 장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읽었던 책의 리뷰를 쓰며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재취업 후 1년 7개월의 직장 생활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다. 비서라는 직무는 다른 사람에게 레버리지를 당하는 일이라는 것, 장거리 출퇴근의 고단함, 돈으로 얽힌 관계는 끝맺음이 좋지 않다는 것, 알고 보면 완벽하게 남인 사람을 상사라는 이유로 뒤치닦거리하는 것이 직장 생활이라는 것, 스트레스가 정말 내 건강을 망칠 수 있겠구나! 등등
30대 후반의 재취업은 나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어린아이들을 외롭게 했고, 남편도 힘들게 했고, 나 스스로도 너무 괴로웠던 시간이었다. 이런 마음 상태는 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일상을 일상답게 살기 위해서는 운동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목, 어깨 허리, 골반, 무릎, 발목 통증 치료가 시급했다. 매일 2시간 유산소 운동을 했고, 개인 PT를 받고,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PT는 금전적, 시간적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안 하지만 유산소 운동은 매일 빠지지 않고 하고 있으며 가끔 시간이 나면 등산을 간다. 둘째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결혼 전처럼 산악회 활동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맞벌이였던 우리 가족의 소득은 나의 퇴사 후 크게 줄어들었다. 남편은 외벌이 4인 가족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다. 다시 시작할 나의 자영업의 본격적인 매출은 작은 아이가 10살이 되는 3년 후에나 가능할 듯 하니 추가적인 부수입이 꼭 필요한 현실 가족.
밖에 나가 돈을 벌기 보다는 아이들을 키우는데에 집중하기로 했기에 지출관리는 필수였다. 육아하면서 틈틈히 투자로 소소하게 수익을 내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 결론내고 돈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재테크 책을 두루두루 읽으며 돈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잡아가며 돈에 대한 감각을 키워갔다.
거기에 코로나 19로 주가가 바닦을 찍었고 나는 이 타이밍을 기회라고 생각하며 동학개미운동, 서학개미운동에 동참했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고 꽤 괜찮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투자수익률을 공부한 만큼 나온다.
20대 후반에 새로운 꿈, 쇼호스트가 되고 싶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쇼호스트 학원을 다녔지만 직업을 바꾸는 대신 결혼을 선택했고 나의 꿈은 출산과 육아로 점점 희미해져갔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지인으로부터 홈쇼핑 소비자평가단 일을 소개 받았고 방송을 하게 되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의 방송 녹화지만 너무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쇼호스트 학원을 다녔고, 강사로 수년간 일했고,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했던 것들이 홈쇼핑 방송 촬영에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좋은 기회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40세, 나의 꿈은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는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시작으로 브런치북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로그에 꾸준히 일상을 남기며 글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고 창작을 하는 예술가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오늘까지 나는 읽고 쓰면서 큰 성장을 했다. 책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고 글을 쓰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경험하며 느꼈던 많은 것들, 내면 성장의 과정을 꼭 한권의 책으로 남기고 싶다. 그리고 그 책을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돈되는 일 좀 하세요!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말을 많이 했었다. 나는 왜 돈 안되는 일만 하고 있을까? 심하게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누구의 인생에 훈계를 둔단 말인가?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 돈이 된다면 그것만큼 즐겁고 보람된 일도 없겠다만 아직까지는 팔아서 돈을 버는 것보다 쓰면서 기록하는 일이 더 즐겁다.
요즘의 나는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하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고, 투자를 하고, 운동을 하고, 간간이 방송일과 주부모델 일을 하면서 직장인일 때보다 훨씬 더 바쁘고 즐겁게 산다. 진정한 N잡러, 부캐부자, 취미 부자로 사는 삶은 생각이상으로 굉장히 재미있다.
다양한 부캐들이 엄마로 사는 나를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걸로 충분하다. 취미가 일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취미라고 말할 수 없다. 취미를 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24시간도 너무 짧다. 취미를 온전히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여유로운 사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