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면 안 믿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나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SNS 활동을 오랫동안 하면서도 셀카를 찍는 것이 어색했고, 다른 사람들이 셀카 찍어 올리는 나를 보며 비웃을까봐 업로드하는 것은 더욱 더 두려웠다.
얼마 전 드문드문 부업으로 하는 교육 운영을 위해 부산 출장을 갔을 때 함께 동행한 온라인 매체 관리 전문가 지인에게 제 인스타는 어때요? 이렇게 운영하는 게 맞을까요? 라고 물어봤다.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인스타그램을 기록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어공부 기록, 독서 리뷰 기록, 새벽 기상 인증 기록.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이걸 해서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한 질문이었다.
지인의 대답은 꽤 충격적이었다. 무슨 칭찬이 듣고 싶은가요? 일찍 일어나네? 책 많이 읽네? 운동 열심히 하네? 라는 말이 듣고 싶은건가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나는 무슨 말이 듣고 싶었던걸까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열심히는 하지만 실속은 없는 나의 인스타그램. 나는 인스타그램을 이렇게 활용하고 싶었던가?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하는 건 많은데 돈 되는 건 없는 온라인 기록들. 영향력을 끼치고 싶지만 대놓고 나를 표현하거나 뭔가를 팔거나 홍보하는 것은 싫은 이상한 감정.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는 것이 문제였다. 외모와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자기 장점, 남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자신의 계정에 쌓아가며 홍보도 하고, 광고도 하고, 소통도 한다.
나는 최고라고 하기까지는 애매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것들이 많다. 이것저것, 다양한 영역에 관심도 많고,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도 여러 가지가 있다. 작게는 애드포스트부터 홈쇼핑 방송, 블로그 포스팅 알바, 교육 기획 및 운영, 팟캐스트 (몇 십원이지만 이것도 돈임),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 등
취미도 많다.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디지털 드로잉도 하고, 거라지 밴드로 비트도 만든다. 공부도 꽤 많이 해서 아는 것도 많다. 마케팅, 디지털 콘텐츠 만드는 법, SNS 운영하기, 교육 및 콘텐츠 기획, 심리, 경영, 자기 계발, 이것들과 관련한 각종 정보와 재테크 정보도 빠삭하다.
그런데 이런 나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두려웠다. 저렇게 못 생겼으면서 왜 맨날 셀카를 올리지? 쟤 맨날 인스타만 하는 애 아니야? 맨날 SNS만 하는 거 보니 진짜 심심하거나 한가한가 보다 등등 남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셀카를 매일 올리는 인친을 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소소하게 스몰 비즈니스를 오픈해서 공동구매로 수익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영향력과 인맥, 온라인 파워를 활용해 다양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 멋져 보였고 나의 마음속에 있는 진짜 욕구 역시 그들처럼 온라인에 나를 편하게 풀어놓고, 이런저런 일을 소소하게 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는 3개의 계정 중 가장 큰 메인 계정에 나 자신을 표현하며 살기로 결정했고, 새벽 기상 기록을 가장 작은 계정으로 이사시켰다. 운영 방법도 바꾸었다. 일상의 기록을 편안하게 남기고, 나의 계정에 나를 나타내는 많은 것들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셀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 전혀 두렵지 않다. 남들도 편하게 자신을 표현하며 산다. 눈치 볼 것 없다.
난 이제 소속도 없고, 눈치 봐야 될 상사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온라인에 자유롭게 표현하며 살면 된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도 모자란 시간들이니 더 재미있고,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면 된다. 더 이상 남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난 인스타그램에 올릴 셀카를 찍고 플랫폼에 글을 쓴다. 마음에 담아뒀던 덩어리 하나를 툭 털어버리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